폭우가 내리는 날. 날이 선선해서인지 가을을 넘어 겨울을 기다린다. 겨울은 나무와 씨앗이 꿈꾸는 계절이다. 지금의 비가 눈이 되어 내리는 계절. 나는 아마 난로를 곁에 두고 무릎담요를 펼치고 눈이 내리는 날을 세고 있을 거다. 꽃과 열매가 모두 떨어지고 나무는 겨울을 날 채비를 한다. 봄은 희망이다. 다시 꽃 필 수 있다는 희망. 자연은 봄에 새로이 태어나지만 나에겐 세월이 쌓이는 시간이다. 나무와 인간의 체계가 다르지 않다는 말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나무는 매년 새로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인간은 점점 소멸의 길을 걷는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축복인지 난 잘 모르겠다. 내가 경험했던 세상은 내 머리가 띵해질만큼 어지럽고 과연 정상이란 무엇인지를 묻게 했다. 지구에 살려면 선은 별로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나무처럼 이타적인 존재가 있을까. 나는 나무에게 물 한번 준 적이 없지만 나무는 내게 마치 자신의 아이를 보여주듯 어여쁜 꽃을 보여주고 열매를 먹는 것을 허락했다. 나는 살면서 그런 적이 있던가. 어떻게든 가진 것을 놓지 않으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밖에는... 그러니까 나는 삶이라는 전쟁터에 내던져진 것이었다. 몇년 전부터 그런대로 내 일상에 여유가 찾아왔고 내가 배우고 싶던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 찾아왔다.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도 되는 건가 불안할 정도로 모든게 잘 풀려 갔다. 왜 편안한데 불안해 하는 건지. 이걸 떨쳐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이제 익숙한 습관같던 나의 불안을 떨쳐 버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가 알려준대로 동시성이 일러준대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우주는 말하고 있다. 특별히 내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순수하게 감사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그렇게 되기를 꿈꾸면 우주는 온 힘을 다해 도와준다고 한다. 나만 예외로 불행하게 하지도 소외되게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것엔 믿음만이 필요하다. 그렇게 믿는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긍정. 내가 가장 잘 하지 못하는 것이 긍정적인 태도이다. 잘 될 거라는 믿음도 긍정도 없었기에 내개 주어진 것이 없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는 것은 거의다 이룬셈이다. 한편으로는 잘 될 것이다라는 믿음을 나도 모르게 확신했던 부분이 있다. 우주로 레이저를 쏘아올리는 시대에 자신의 열망을 원자들이 공명하게 하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원리에 들어서게 된다. 마치 믿음처럼 꾸준히 같은 시간, 같은 행위를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1만시간의 법칙도 이에 속한다. 내가 피워낼 꽃은 어떤 꽃일까. 나는 무슨 꿈을 꾸고 있어야 하나. 뭔가 확신이 드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전같으면 너무 아름다워서 어우러지지 못할 것만 같던 것도 내게 주어진다면 좋겠다. 내가 꿈꾸는 것을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야 더 잘 이루어질테니까. 이번 겨울은 내게 꿈을 꾸는 시간으로 남겨둬야 겠다. 가을동안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서 겨울에는 꿈꿀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