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에게 고백했지만 모두에게 차인 앨리스라는 남자가 있다. 한 명 한 명 거절이 쌓여 가면서 앨리스의 마음이 어땠을까. 충분히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예상과 달리 그는 이 실험을 계기로 대인기피증과 사회공포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100명에게 차인 사실이 앨리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목적을 누군가 만나냐, 아니냐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가, 아닌가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이 경험을 통해 자기에게 부족한 점에 도전을 거듭할 수록 긴장감이나 공포감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라는 이론을 정립한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보다 사랑받는다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나는 앨리스처럼 거절을 많이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와 사귀어 보고 싶어하는 남자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만난 남자들과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스킨쉽을 하고 심지어 미래를 약속해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이란 뭘까. 지금에서야 나는 이 질문에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나는 사랑받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호감과 사랑은 다르다. 내 경험상으론 그렇다. 물론 처음엔 호감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의 열등감, 콤플렉스, 단점,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접하고 나면 그 호감은 금세 식어버리기 쉽다. 이런 사실을 모른채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져 금세 결혼이라도 한다면 쉽게 불행헤 빠지기 쉽다. 티브이에서하는 연애프로그램을 보면서 단순히 호감가는 행동만으로 사랑을 단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보인다. 상대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부정적인 감정까지 받아들이느냐 인내심있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냐 그런 것들이 이제는 더 중요해 보인다. 물론 상대에 대한 호감이나 매력이 없는 상태에서 그것만을 강요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랑은 쉽지 않고 복잡하고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분명 빛나고 환한 사랑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충분한 보상을 해줄 것이다. 아직 사랑을 알아가는 지금. 나 역시 그 감정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내 친구가 말했듯 나는 처음 다가가기는 쉬워보이지만 알고보면 어렵고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나는 내 안 깊숙히 숨어있는 나를 끌어내 주고 그 어둡고 우울한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아무리 내가 좋다고 나에게 연락을 하고 호감을 표해도 당신은 나를 몰라. 하면서 그들을 거부해 온 것이 아닐까. 사랑은 자신을 알게 하고 사랑하게 한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것은 친절하고 부드럽게 나의 아픈 구석까지 들어주는 그런 사람을 기다려왔다는 것이다. 항상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내 마음 안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