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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Oct 08. 2021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 떠나 보실래요?

들어가는 말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


    - 신영복 교수, [담론]중에서 -


From Pinterest


 나는 시를 사랑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를 쓴 시인을 사랑합니다.

시를 사랑하는 이유를 수백가지는 들 수 있지만 신영복 교수님께서 [담론]이라는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시를 읽게 되면 나의 일생동안 가장 먼 여행인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먼저 이야기 하고 싶네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


물리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일생에 거쳐 마라톤처럼 해야 하는 가장 먼 여정이기도 한 이 여행에 대해 신영복 교수님은 간단하게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교수님은 담론에서 '시어(詩語)는 언어의 개념적 의미를 뛰어넘고(메타 랭귀지, meta language) 심지어 언어를 살해' 한다고 하였습니다. 시는 '세계를 인식하고 재현하는 상투적인 방식을 전복하고, 상투적인 언어를 전복하고, 상투적인 사유를 전복하고, 가능하다면 세계를 전복하는 것이며 이것이 시인의 카타콤이며 조직강령'이라고 선언하셨지요.


시인들의 흔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 그 시선에서 비롯된 사유, 그 사유를 표현하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신선하고 생경한 언어들과 마주하자면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이 전복되는 것 같아 커다란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어떤 선전물보다 더 훌륭하게 시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산산히 조각내고, 사유를 확장시켜 줍니다. 거기에 더불어 드넓은 사고와 감각의 바다에서 시인이 건져 올린 사유의 물고기들이 아름다운 언어로 치환되어 예술로 승화하는 생생한 현장을 시집만 펼치면 언제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가 무엇의 도구가 되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를 읽으면 저절로 따라오는 여러가지 좋은 점들 외에도

시 자체로 가지는 아름다움 때문에 시를 읽으면 그저 행복해 집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감상하거나 방탄소년단의 'love maze'라는 노래를 들을 때 뇌 속에서 온 감각으로 퍼져나가는 세로토닌의 작동이 시를 읽을때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시를 읽기 시작한 10대 이후로 30여년간 내 마음의 보석 상자에 차곡 차곡 담아온 아름다운 시들을 혼자 간직하지 않으려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와 그 시를 세상에 가져온 시인들을 혼자서만 사랑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 시인들 중에는 지병으로 서른이 되기도 전에 허름한 극장에서 고독하게 죽어간 시인도 있고, 13세기에 살았던 페르시아의 시인도 있으며, 차가운 노르웨이의 땅에서 정원을 가꾸던 시인도 있습니다. 이 시인들이 쓴 시들은 나를 울게도 웃게도 만들었습니다.

두고두고 오랫동안 읽어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시들로 인해 제 삶에 아름다운 온기를 불어넣어준 그 보석들...

이제 보석함을 열어 아름답고 찬란하게 반짝이는 보물들을 꺼내어 마음껏 자랑하고 싶습니다.


기형도, 문태준, 나희덕, 김초혜, 이혜미, 울라브 하우게, 루미, 찰스 부코스키, 이상국 등...이 보석 같은 시인들의 시 세계로 길지만 떠나볼 가치가 있는 마음의 여행, 저와 함께 떠나 보실래요?


<내 책상 위 시집들, 사랑굿이란 시집은 30년도 더 된 책이라 꼬질꼬질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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