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몽생종,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
교조적이지 않으면서도 원칙있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다양하면서도 순수한
나는 오데사에서 온 한 젊은 음악가의 연주를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젊은이는 음악원에 입학하여 나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한다고 했다.
"예비학교를 마친 젊은이인가?" "아닙니다. 어디에서도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대답에 약간 어안이 벙벙했다. ..(중략)...그는 피아노 앞에 앉더니, 길고 유연하면서도 힘차 보이는 손을 건반에 올려 놓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는 조심스럽고 담백하고 엄격했다...나는 옆에 앉아 있던 학생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보기에 저 친구는 천재 음악가야"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 p80.)
내가 싫어하는 게 두 가지 있다. 분석과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p.131)
손가락에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X선 검사를 받은 결과, 골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 참에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p.130)
나는 1944년 1월5일에 레닌그라드에서 처음으로 연주를 했다... 이튿날, 필하모니 홀에 가 보니, 창유리들은 산산조각이 나 있고 홀의 창문들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러시아 미술관에 포탄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연주회는 열렸다. 청중은 외투를 입은 채로 연주를 들었다. 그들은 대단히 감동한 듯 했다.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이 추위를 잊어버린 멋진 콘서트였다.(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