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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17. 2022

그늘

하늘이 거대한 그늘을 드리운다

땅을 덮고

바다를 덮는다


그늘과 그늘이 만나는 좌표를 찍어다오


슬픔과 슬픔이 입을 맞추고

어둠과 어둠이 서로를 껴안는

작디작은 샹그릴라


내 손바닥보다 더 작은 무인도

발가락만으로

땅을 딛고

식은땀을 흘린다

내 그림자가

세계의 그늘과 포개진다


전두엽 어딘가 숨겨진 낭만

좌표를 잃어

찾을 수 없는 보물처럼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처럼

해석할 수 없는 수메르 경전처럼

발굴조차 할 수 없는 고대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썩은 혼령들

지독한 냄새 풍기며

내 무덤가를 서성인다


그늘과 그늘이 맞닿은 꼭짓점

위태롭게 균형 잡는 광대의 서커스

검은 마스카라 눈물이 흘러내리고

식은땀 사이로 우울이 맺힌다


고독하고 처절한 낙원


그늘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만 서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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