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거대한 그늘을 드리운다
땅을 덮고
바다를 덮는다
그늘과 그늘이 만나는 좌표를 찍어다오
슬픔과 슬픔이 입을 맞추고
어둠과 어둠이 서로를 껴안는
작디작은 샹그릴라
내 손바닥보다 더 작은 무인도
발가락만으로
땅을 딛고
식은땀을 흘린다
내 그림자가
세계의 그늘과 포개진다
전두엽 어딘가 숨겨진 낭만
좌표를 잃어
찾을 수 없는 보물처럼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처럼
해석할 수 없는 수메르 경전처럼
발굴조차 할 수 없는 고대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썩은 혼령들
지독한 냄새 풍기며
내 무덤가를 서성인다
그늘과 그늘이 맞닿은 꼭짓점
위태롭게 균형 잡는 광대의 서커스
검은 마스카라 눈물이 흘러내리고
식은땀 사이로 우울이 맺힌다
고독하고 처절한 낙원
그늘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만 서서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