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by 김정은

달을 볼 때면

한 때 잃어버린

오래된 기억


뼛 속에 박제된

테이아의 파편


고대의 여인으로부터

이어져 온

미토콘드리아 속

달의 유전자


그래서,

달거리는 달마다 걸리는 거지

달을 보면 마음이 걸리는 거지


수십만 개의 달을 키우는

배꼽 아래 작은 우주


달의 영혼은 본래 붉디붉어서

지구 옆 작은 태양이고 싶어서

오래된 기억처럼

처녀들은 피를 흘리지

세포 속에 숨겨둔 동그란 달을

차마 거두지 못해


달을 맨 처음 본

인간의 여인을

처음 본 달의 첫사랑


오래된 기억은

낡지도 않고

바래지도 않고

오로지 붉기만 해서

맨 살 아래로 흐르는

달의 눈물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게





* 달은 원시 지구와 테이아라는 행성이 서로 부딪쳐 그 파편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가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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