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의 우기와 건기 사이에서
생은 폭발했지
짝짓기의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세계의 자손들은 늘 사랑을 나눴어
나는 그저 오랫동안 비 내리는
열대가 좋았을 뿐
반만 물에 걸친
맹그로브 사이로
수줍게 지나가는 빨간 코코넛 게와
비를 맞던 날
풀이 자라는 소리들 사이로
열대림의 안개
아마존의 속살들 어루만지며
대기와 대지는 사랑을 나눴지
작고 흐물거리는
내 여린 손가락들
물속에 가만 넣으면
꼬물거리는 생들이
자꾸만 나를 간지럽혀
의미 없는 열대림의 정경 속에서
생은 가장 충만했고
나는 더욱 행복했어
내 팔에 앉아 피를 빨던 모기는
아마존의 석양을 바라보며
잠깐 울었지
자신도 붉은 태양처럼
한 번은 찬란하고 싶다고
스스로 만들지 못해
흡혈해야 만 하는 비루한 삶에도
의미는 없겠느냐며
몇 차례의 우기와 건기 사이에
세계의 자손들은
별생각 없이 사랑만 나눠
풀들은 어느새 내 키를 덮어
나를 장사 지내고 있어
무의미의 무덤에 묻힌 나는
비로소 의미 지옥을 탈출하고,
내 어깨에 앉아
<슬픈 열대>를 읽으며
붉은 태양 닮은 피 한 모금
꿀꺽 삼키는
'슬픈 모기'는
의미를 찾는 내내
생이 마렵다
* 슬픈 열대: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쓴 책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