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이른 아침,
도로 주변으로 깔린 안개가 의뭉하다
암울한 드라마의 복선처럼
매일 아침 오고 가는 도로에
캐나다 두더지 한 마리 모로 누웠다
너는 꼭 그 길을 가야 했구나
그래서 결국 누울 자리를 찾았구나
그곳에서 붙박이 별처럼 꿈쩍 않고 있구나
짙은 회색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구나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로드킬 이건만
오늘은 어쩐지...
눈물이 난다
내장이 터진 검은 청설모의 사체를 수십 번 보았어도
울지 않았건만
모로 누운 자세가 이다지도 서글펐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뒷모습이 쓸쓸한 건 매한가지로구나
태양도 서둘러 퇴근한 날
오늘은 산등성이도 모로 누워있다
가끔 어깨를 들썩이며...
다정한 검은 밤
이불이 되어
산등성이도, 세상도, 넉넉하게 덮어준다
네 앞에 코스모스라도 꺾어 놓아둘 걸
내 몸을 덮은 이불속이 따듯해서
너에게 기어코
미안하고
...
쓸쓸한 밤
Photo by Matteo Raw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