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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03. 2022

로드, 킬

늦가을의 이른 아침, 

도로 주변으로 깔린 안개가 의뭉하다

암울한 드라마의 복선처럼


매일 아침 오고 가는 도로에

캐나다 두더지 한 마리 모로 누웠다

너는 꼭 그 길을 가야 했구나

그래서 결국 누울 자리를 찾았구나

그곳에서 붙박이 별처럼 꿈쩍 않고 있구나

짙은 회색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구나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로드킬 이건만

오늘은 어쩐지... 

눈물이 난다

내장이 터진 검은 청설모의 사체를 수십 번 보았어도

울지 않았건만

모로 누운 자세가 이다지도 서글펐구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뒷모습이 쓸쓸한 건 매한가지로구나


태양도 서둘러 퇴근한 날

오늘은 산등성이도 모로 누워있다

가끔 어깨를 들썩이며...

다정한 검은 밤 

이불이 되어 

산등성이도, 세상도, 넉넉하게 덮어준다


네 앞에 코스모스라도 꺾어 놓아둘 걸

내 몸을 덮은 이불속이 따듯해서

너에게 기어코

미안하고

...

쓸쓸한 밤






Photo by Matteo Raw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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