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유인력은 지구의 무게에 비례한다는데
너의 끌림은 내 영혼의 무게에 비례하는 걸까
서로를 탐색만 하는
지구와 달처럼
우리는 늘 적당한 거리를 둔 채 공전만 한다
허약한 육체만큼이나
영혼도 가벼워
더 이상 끌어당길 인력조차 없을 때
물체는 왜
서로를 끌어당겨야만 하는지
우주에게 따져 묻고 싶은 밤
무중력의 왕국
별과 별 사이에 수 만 갈래의 길이 놓였다
나를 잡아끄는 별들
아... 난감한 기쁨
그때 난
텅 빈 우주 같아
칼에 찔리면
석유 같은 암흑만 흘러내렸다
누가 내게 질량을 좀 내어다오
먼지들 끌어안고
몸부림치지만
공허한 우주는 메아리조차 없다
2
너와 마주 서서
바흐의 프랑스 조곡 1번 사라방드에 맞춰 춤을 춘다
우아하고 격조있게,
부드럽고 우울하게,
살짝 구부린 무릎으로
슬픈 음표가 내려앉고
맞잡은 손 사이로
축축한 페르마타 물이 되어 흐른다
내가 섰던 자리로
네가 서고
네가 섰던 자리로
내가 선다
같은 자리에 함께 설 수는 없나
우리는 그저 춤을 춘다
사라방드
알레망드
지그
쿠랑트
모든 춤이 끝나고
제자리에 얼어붙은 우리는
노래 부른다
“기쁘지 않으면 슬픔도 없을 텐데
사랑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을 텐데
들숨과 날숨처럼
공존하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여“
우리는 꽤
신나게 노래한다
구경하던 슬픔도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 페르마타(Fermata) : 악보의 기호 중 하나로 특정 음표 위에 놓이며 그 음표를 2~3배로 늘여 연주하라는 의미
* 사라방드, 알레망드, 지그, 쿠랑트 : 중세 유럽 시기 유행하던 춤곡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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