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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11. 2022

슬픈 인류학 1

연체동물의 점액질처럼

지나가는 자리마다

내 혼이 쏟아진다

습한 땅을 찾아

뜨거운 보도블록 위에서

꿈틀거리며 애쓰는 지렁이를

한 아이가 지르밟았다


생은 괴물처럼

나를 짓눌러

206개의 뼈는 모두 부러지고

터진 내장이 뼈 조각 사이로 흘러내린다

심장은 아직도 세차게 뛰어

콸콸 피를 쏟고


'절망 속에서는 노력하지 말 것’


지렁이의 시체를

화단에 묻어주고 오는 길

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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