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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12. 2022

슬픈 인류학 2

커다란 수족관에서

하얀 벨루가를 보았어

저토록 아름다워서

갇혀 있는 생


바다로 보내주고 싶다고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다고

네게 말하자

다정한 눈으로 너는 말했지


어차피 우린 다 지구에 갇혔어

바다는 좀 더 큰 수족관일 뿐

나를 구경하는 인간들을 구경하는 것도

생각만큼 나쁘진 않아


더 불행한 존재가

덜 불행한 존재를 위로한다

더 착한 존재가

덜 착한 존재를 다독인다


수족관에 불이 꺼지고

사람들 사라지면

홀로 바닥에 앉아

소주를 마신다는 하얀 벨루가


지구에 갇힌 나도 오늘은 소주를 마신다

지구도 내 옆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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