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수족관에서
하얀 벨루가를 보았어
저토록 아름다워서
갇혀 있는 생
바다로 보내주고 싶다고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다고
네게 말하자
다정한 눈으로 너는 말했지
어차피 우린 다 지구에 갇혔어
바다는 좀 더 큰 수족관일 뿐
나를 구경하는 인간들을 구경하는 것도
생각만큼 나쁘진 않아
더 불행한 존재가
덜 불행한 존재를 위로한다
더 착한 존재가
덜 착한 존재를 다독인다
수족관에 불이 꺼지고
사람들 사라지면
홀로 바닥에 앉아
소주를 마신다는 하얀 벨루가
지구에 갇힌 나도 오늘은 소주를 마신다
지구도 내 옆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