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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07. 2022

제3회 온라인 전시회 <로베르 두아누>

오늘은 제 사진이 아닌, 유명한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누(1912-1994)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로베르 두아누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그의 1950년 작품인 <시청 앞에서의 키스>는 한번쯤은 보신적이 있을 것 같아요.



1912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로베르 두아누는 1930년대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신문과 잡지, 미국의 <포춘>, <라이프> 등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45만장의 사진을 남겼습니다.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선택한 소재와 시선 때문입니다. 그는 파리의 거리를 사랑했고,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사랑했습니다. 따듯한 시선과 유머, 자연스러움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를 대표적인 휴머니즘 사진작가로 평가합니다.



이 작품이 연출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출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럽지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독서를 하는 아이들과 엄마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흑백사진이 이렇게 서정적이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걸 두아누가 가르쳐 줍니다.



이가 빠진 걸까요? 아~하고 이를 벌리고 입 속을 구경하는 장난기 어린 꼬마들의 표정이 사랑스럽네요. 뒤통수 밖에 안보이는데도 저 꼬마 아이의 표정이 쉽게 상상 됩니다.


이 사진의 진짜 주인공은 빛입니다. 엄마와 딸, 바닥에 나무 사이로 비친 햇살의 그림자가 이 사진을 한층 풍부하게 만듭니다. 엄마는 딸에게, 딸은 엄마에게, 서로는 평생 서로에게 햇살이자 그늘이 되어 줄테지요. 만일 이 사진을 컬러로 인화한다면 이런 분위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1950년대의 파리의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별 차이 없음에 놀라게 됩니다. 가끔 자전거를 잡고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에펠탑이 주인공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공인 사진...진짜 낭만은 이런데 있지 않나 싶어요.


신사와 수녀, 그리고 한 마리의 개가 있어요. 한 명은 바삐 지나가고, 신사는 서서 구경하며, 신사의 개는 엉덩이를 보이고 있지요. 평범하고 낡은 골목길에서 각기 다른 생각에 잠긴 등장인물들과 개의 모습이 꼭 소설의 한 장면 같아요.


이 사진은 시선이 재밌습니다. 카메라는 자신의 맞은 편 금발 여인에게 향하고 금발 여인은 자신의 앞에 앉은 다른 여인에게 쏠렸어요. 반대편 여인은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고요. 거울 때문에 두 여인이 꼭 나란히 앉은 것 같지만요. 동상이몽의 모습을 동시에 프레임에 담았네요.



두아누는 흑백 사진을 월등히 많이 찍었지만 이렇게 컬러풀한 사진은 흑백 감성과 또 다릅니다. 뒤에 태엽장치가 있어서 꼭 장난감 같은 이 자동차의 디자인과 색감이 참 예쁩니다. 주차되어 있는 차 옆으로 다른 차들이 쌩쌩 지나갑니다.



자전거를 탄 아가씨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다 한 사진이네요.


두아누는 컬러 사진을 찍을 때 색감을 굉장히 잘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노랑과 빨강의 대조가 선명할 법도 한데...분명 톤 다운 되지도 않았는데도 색감이 심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원색을 쓸 수 있다니...이게 필름 카메라의 힘일까요? 인스타그램이나 여러 사진 어플에서 지원하는 보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다운 색감이지요.


초상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이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카메라를 조작한 것인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모피의 부드러운 텍스쳐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음영처리로 우아하고 고혹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저는 두아누의 이런 흑백 감성이 정말 좋습니다.

독특하고 기발하고 재기 넘치고 과감한 사진들도 많지만, 그에 비하면 두아누의 사진은 올드하고 진부할 수도 있지만 그의 사진을 볼 때면 따듯한 에세이를 읽는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져요. 거실 벽에 장식용으로 걸어두는 사진이 아니라 책처럼 두고 두고 읽고 싶어지는 두아누의 더 많은 사진은 아래의 아틀리에서 더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모두 아래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robert-doisneau.com/en/portfolios/



<세상의 중심에서 사진을 외치다>는 매주 월요일 글을 발행하고 있는 공동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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