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무생각

이게 뭐라고 힐링이 되네

아마존프라임 예능 <서진이네>

by 김정은

멕시코의 휴양지 바칼라르, 망고 컬러로 단장한 예쁜 레스토랑, 예쁘고 잘생긴 식당 직원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인 한국 분식... 내가 만일 식당 주인이라면 딱 꿈에 그릴 그런 포맷이 아닌가. 어쩌면 40대, 50대가 퇴직 후 가장 바라는 삶일지도 모른다. 나영석 PD는 자신의 사심을 프로그램 제작으로 원 없이 풀고 있는 듯하다. 그가 만드는 예능은 단순한 식당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는 누군가의 꿈과 누군가의 힐링을 기획할 줄 아는 천재 같다.



이렇게 예쁜 레스토랑이라니!



원래부터 나영석 PD표 예능을 좋아했다. <꽃보다 OO> 시리즈도 그렇고 <윤식당>과 <윤 스테이>도 꼬박꼬박 챙겨보곤 했다. 한식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외국에서 한국인 특유의 세련되면서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물론 맛있는 음식, 게다가 셰프나 웨이터의 미모는 말해 뭣하나. 한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들이 나에게 음식을 만들어 서빙한다니 생각만 해도 황홀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그의 예능을 그토록 좋아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플롯은 단순하다. 음식장사다. 그런데 이번 <서진이네>는 이전의 프로그램보다 더 내게 힐링이 되어 준다. 이게 뭐라고, 자칫 지루하기까지 한 이 예능 프로그램이 뭐라고 나는 이렇게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리프레쉬되는 걸까.


바칼라르 호수의 풍광도, 이국적인 정취도, 아기자기 아름다운 식당 정경도 힐링 포인트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요리하는 장면이다. 김에 밥을 깔고 채소와 불고기를 가득 담고 둥글둥글 김밥을 말고 칼로 조심스레 썰어 세련된 스테인리스 접시에 플레이팅까지 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고 있다. 치킨을 튀기고 고추장과 케첩으로 만든 소스에 졸여 접시에 세팅한 후 깨를 송송 뿌린 모습은 또 어찌 그리 예쁜지... 요리를 하는 배우 정유미나 박서준, BTS의 뷔, <기생충>의 최우식 배우들보다 이들의 요리하는 장면이 더 좋다. 내 눈에는 백화점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명품들보다 정갈하고 예쁘게 담긴 음식이 더 예쁘다.





하지만 최고 정점은 역시 손님들이 음식을 먹을 때이다. 이름도, 모습도, 먹는 방법도 생소한 한식을 처음 접한 외국인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출연진 못지않게 긴장하며 시청하게 되는데 음식 맛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단지 한식의 맛을 인정받아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만족감, 그 행복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는 일...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힐링이 아니겠는가.


멕시코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 이 정도는 별로 맵지 않다고 하면 그 또한 즐겁다. 달큼하면서 짭조름하고 바삭하기까지 한 한국식 치킨을 맛본 후 최고의 음식이라며 기뻐하고, 핫도그의 황홀한 맛에 춤이 저절로 나오고, 음식을 먹은 후 오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어느 커플의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새 나도 그들의 행복에 전염되고 만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이 극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출연자들보다 이틀 늦게 합류한 배우 최우식이 그렇다. 최우식 배우가 합류하기 전까지 <서진이네>는 약간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다른 출연자들 대부분이 워낙 차분하기도 하고, 외국 손님들이 오더라도 과장된 제스처를 하는 사람들이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극 중에서 어떤 멕시코 손님이 치밥을 먹다가 무언가 더 필요하다고 하면서 핫 소스를 찾았는데 <서진이네> 초반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 좀 더 활력을 불어넣어 줄 히로인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개구쟁이 같이 생긴 최우식 배우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극에 활기를 가져다 주었다


비행기에서부터 스페인어를 열심히 연습하던 최우식은 시장에서 닭을 파는 인그리드와도 금세 친해지고, 뚱뚱한 멕시코 손님에게 스페인어로 잘생겼다고 농담도 던지는 친화력을 보여준다. 테이블마다 먼저 찾아가서 "everything is OK?"라고 세심하게 챙기고, 스페인어로 메뉴를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웨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 살다 보니 이렇게 잘 챙겨주는 웨이터에게는 팁을 좀 더 주게 되어 있다. 그리고 웨이터의 친절이 자본주의 미소인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지도 손님들은 다 느낀다.


물론, 다른 배우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하고 차분하게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주방에서 하드캐리하는 박서준 배우가 없었더라면 식당 장사 자체가 잘 안 됐을 거다. 하지만 레스토랑은 서비스업이 아닌가. 손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최우식 배우의 모습이 더더욱 보기 좋았다. 나는 아무래도 출연자들보다는 손님의 입장에서 시청하게 되니 손님에게 다정한 출연자가 더 좋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 주말 내내 힘 없이 퍼져 있었는데 우연찮게 발견한 <서진이네> 덕분에 멕시코 바칼라르에 잠시 다녀온 기분이다. 옆에서 같이 보던 아이들은 떡볶이, 김밥, 김말이 튀김이 너무나 먹고 싶다고 난리다. 아이들에게는 떡볶이가 곧 힐링이니까. 그래! 오늘 저녁은 우리도 K-분식이다! 바칼라르에는 못 가더라도 떡볶이는 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방탄의 뷔가 요리하는 모습을 다 보게 될 줄이야. 아미들은 다 안다. 그가 얼마나 요알못이었는지 ㅎㅎㅎ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