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어둠은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야

알엠, 뷔 <네 시>

by 김정은

새벽 네 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은 대게 잠을 못 자기 때문일 것이다.


야근이라면 잔뼈 아니 굵은 뼈가 굵은 나라도 새벽 네 시까지 일을 한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딱 한번 있었다. 밥 먹듯이 야근하는 나여도 새벽 한 시만 되면 뒷 목이 뻣뻣하고 눈이 뻑뻑해서 도저히 더 야근은 하기 힘들었다. 3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새벽 네 시에 일을 할 것 같다. 동대문 새벽 시장이나 어시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새벽 네시에 깨어 있겠구나...


일을 위해 깨어 있는 것 외에는 새벽 네 시에 깨어 있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잠을 안 자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잘 수가 없어서... 고뇌하고, 고민하느라 불면의 시간을 그저 견뎌내야 해서...


어느 날 달에게

길고 긴 편지를 썼어

너보다 환하진 않지만

작은 촛불을 켰어



BTS의 리더인 알엠(RM, 김남준)이 만든 <네 시>라는 곡은 정식 음원은 아니다. BTS 멤버들은 BTS라는 그룹 안에서만 노래를 만들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그룹이 아닌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진 아티스트로서 가끔 곡을 만들어 사운드클라우드에 깜짝 발표하여 아미들을 행복하게 한다. 7명 모두 자신만의 곡을 가지고 있고, 최근에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정국이 3년 전에 발표한 'Still with you'를 공식 음원으로 발표하여 85개국에서 아이튠즈 1위를 하기도 하였다.


특히 알엠과 슈가, 제이홉이 곡을 많이 발표하는데 BTS에서 거칠고 박력 있는 랩을 구사하는 알엠이 개인적으로 곡을 낼 때는 <네 시>와 같은 서정적인 작품을 발표해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이 노래는 가사도 예쁘고 멜로디도 서정적이며 랩 역시 마일드해서 내 취향에 쏙 들어맞는 노래이기도 하다.



어스름한 공원에

노래하는 이름 모를 새

Where are you

Oh you

왜 울고 있는지

여긴 나와 너뿐인데

Me and you

Oh you



새벽은 울기에 적당한 시간이고, 고뇌하기에 알맞은 때이다.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한 사람들의 고민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그런 시간을 견뎌내며 세상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난 적당히 살아가

발맞춰 적당히 닳아가

태양은 숨이 막히고

세상은 날 발가벗겨놔

난 어쩔 수 없이 별 수 없이

달빛 아래 흩어진 나를 줍고 있어



때로는 모든 것을 드러내는 한 낮이, 한낮의 태양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부끄러운 나를 어둠 속에 숨기라고, 은신하며 잠시 숨을 고르라고 낮이 있는 곳에는 밤도 같이 있는 것이리라.


고뇌의 시간은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그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갖는 영혼의 깊음이 있다. 그래서 알엠이 새벽의 시간을 달빛 아래 흩어진 나를 줍는 시간이라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잔잔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세상은 참 자극적이다. 요즘의 세상은 특히 더... 인터넷을 열어도, 책을 봐도, 영화와 유튜브를 보더라도 사람들의 일차원적 본능을 일깨우는 콘텐츠들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그런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지고 후진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밝고 화려하고 보기 좋은 것들만 따라가기에 벅차 가끔은 어두운 공원을 산책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둠은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노랫소리를 따라 한참 걷다 보면 어느덧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새벽의 희미한 빛이 나를 반길 것이다.


그 산책길에 나는 <네 시>를 들을 것이다.



알엠 (피처링 뷔), 네 시(출처: 유튜브 BTS Coffret)


https://www.youtube.com/watch?v=ZxIVoOL65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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