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향해 돌을 던진다
쨍.
실금이 간 자리마다ᅠ
뚝, 뚝,
피흘림은 황홀한 오케스트라
ᅠ
허공의 속살을 먹으면
배는 부른데 배는 고파요
ᅠ
나는 존재하고, 존재하고, 존재하는,
여백으로 가득한 책만 쌓인 서고처럼
내용 없는 형식
ᅠ
화르르,
파란 불을 피워
허무를 소각하면,
남은 재라도 한 술 말아 꿀꺽 마시고 싶어요
죽음으로 되살아나는 퓌닉스- 라고 발음하면
혀의 끝과 맞닿은 윗니에서
사막의 바위 맛이 나지요
고독해서 한 뼘 더 자란 생에게
툭툭 발로 차며
아는 체를 해 보고 싶은 오후,
ᅠ
허공을 향해 팔을 펼치면
무중력의 연습
포-인-포
날갯죽지에 고개를 파묻은 새처럼
발가락과 발가락을 포개어
중력을 거슬러 날을 세우면
오, 오,
그랑 제 떼,
불새처럼 타오르는 생!
ᅠ
눈 깜짝할 사이 꺼져 버린 가녀린 의지만큼
근육에도 허무의 연습은ᅠ
필요한 찰나,
발끝과 평면이 화해하고ᅠ
뒤돌아서서 눈물 훔치는ᅠ
* 포-인-포 : 앉은 상태에서 두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발레 몸 풀기 동작
그랑 제 떼: 양팔을 위로 펼치며 두 다리를 공중으로 도약하는 발레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