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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ug 09. 2023

연습실의 발레리나

허공을 향해 돌을 던진다


쨍.


실금이 간 자리마다ᅠ

뚝, 뚝,

피흘림은 황홀한 오케스트라

허공의 속살을 먹으면

배는 부른데 배는 고파요

나는 존재하고, 존재하고, 존재하는,

여백으로 가득한 책만 쌓인 서고처럼

내용 없는 형식

화르르,

파란 불을 피워

허무를 소각하면,

남은 재라도 한 술 말아 꿀꺽 마시고 싶어요

죽음으로 되살아나는 퓌닉스- 라고 발음하면

혀의 끝과 맞닿은 윗니에서

사막의 바위 맛이 나지요

고독해서 한 뼘 더 자란 생에게

툭툭 발로 차며

아는 체를 해 보고 싶은 오후,

허공을 향해 팔을 펼치면

무중력의 연습

포-인-포

날갯죽지에 고개를 파묻은 새처럼

발가락과 발가락을 포개어

중력을 거슬러 날을 세우면

오, 오,

그랑 제 떼,

불새처럼 타오르는 생!

눈 깜짝할 사이 꺼져 버린 가녀린 의지만큼

근육에도 허무의 연습은ᅠ

필요한 찰나,

발끝과 평면이 화해하고ᅠ

뒤돌아서서 눈물 훔치는ᅠ







* 포-인-포 : 앉은 상태에서 두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발레 몸 풀기 동작

  그랑 제 떼: 양팔을 위로 펼치며 두 다리를 공중으로 도약하는 발레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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