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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 Oct 05. 2020

인간적임은 '완벽하지 않음'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법

며느리가 처음인 시집과 

시집이 처음인 며느리가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추석 명절,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아들내외를 걱정해 전화를 거셨다.

"출발할 때 조심하고, 준비 되는대로 천천히 오렴."

며느리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긴장한다.

'준비가 아직 안끝난거냐? 아침부터 부지런히 와야지. 우리 기다린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어'를 이렇게 해석했다.


며느리가 시집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손수꾸린 선물꾸러미를 내민다.

"어머님, 별 거 아니지만 추석이라고 챙겨왔어요."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정성이 부담스럽다.

'저는 시댁이 부담스럽습니다. 아직도 남같아요.'

선물을 받는 시어머니는 긴장한 며느리가 안쓰럽지만 멋쩍게 웃으며 답례한다.


명절을 보내서 고부 간의 긴장감은 계속 된다.

서로의 말이 오해를 낳지 않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눈치를 본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과 행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잔뜩 웅크린 모습은 서로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중시킨다.


이번 명절, 우리는 서로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보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으로 상대방을 맞이하기로 했다.

'말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행동은 의뭉스럽게 포장하지 않는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시부모님과 아들내외가 약속한 하루다.


"좀 쉬어라. 이 담부터는 내가 정리할테니."

밥상을 차리느라 고생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말을 건넨다.

"네 어머님, 정리 끝나는 대로 둘다 눈 좀 붙여요."

며느리는 배려를 감사히 받으며 보다 편하게 답했다. 


평소라면 벌떡 일어나 시어머니를 말렸을 며느리지만

시어머니는 그런 이전의 며느리를 대할 때보다 마음이 한결 편하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겪어온 경험이 다른 개인들이 모여 어우러지는 것은 쉽지 않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옛 말처럼

나의 기준에 상대방을 맞추기보다는 다름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다. 

배려는 내가 하려는 행동보다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시집에서의 경험으로

서로의 속 마음을 들춰내는 것보다는 나부터 솔직한 표현을 하기로 했다.

마음을 전해 마음을 받는 방식으로 상대방과 대화하기로 했다.

내 기준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나는 내 식대로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다.

내가 고집하는 기준에 따라 상대방을 비방하기도 했다.

내 속마음을 감추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어지럽게 했다.


마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포장하려 하지 말자.

사소한 오해로 사이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한가위, 오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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