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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넷맘 Feb 18. 2019

아들 넷 성교육을 대하는 엄마의 자세

아이들에게 성(性)이 부자연스럽거나 비밀스러운 것이 되지 않았으면.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볼만한 멜로드라마 괜찮은 결말 그거면 됐다 널 사랑했다


     

다름 아닌 큰애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래였다. 이제 고작 열 살이 된 아이의 입에서 사랑타령이라니, 아이가 흥얼거리는 노랫말에 귀를 기울일수록 가관이었다.   

   

“너 그 노래 어디서 들은 거야?”

“엄마, 이 노래 몰라? 아이콘 노래잖아. 친구들 사이에서 얼마나 유명한대.”    

 

아이는 친구들끼리 개사한 비밀가사라며 더 충격적인 노랫말을 들려주었다. 요즘 아이들은 벌써부터 이런 노래를 듣는 걸까. 잠시 내가 이 나이였을 적 불렀던 노래들을 회상해보았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얹으면 초롯빛 바닷물에 두 손을 얹으면...’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과자와 설탕을 싣고서...’     


나는 이런 노래를 듣고 자랐다. 이런 노래의 노랫말을 개사해서 친구들과 흥얼거렸고, 동요를 부르며 자랐다. 그런데 이제 열 살이 된 아이의 입에서 사랑에 대한 노래라니 조금 충격적이다.

 

<사랑을 했다>라는 이 노래를 초록창에 검색하자 작년 초등학생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아이들의 잦은 떼창으로 초등학교 내에서 금지곡이 되었다는 뉴스기사를 발견했다. 내 아이만 조숙한 건 아닌가보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말처럼 빠른가보다.     






가끔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 엄마들 사이에서 성에 대한 화두가 흘러나오고는 한다. 주로 중고생 큰애를 둔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요즘 중고생 성의 실태’에 대해 거침없이 토로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충격에 휩싸인다.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들이 필수로 해야 되는 게 뭔 줄 알아요? 교복 주머니 바느질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걸 장난처럼 만진다니까요.”


“사거리에 있는 약국 아시죠? 그 약사가 이야기하길 **고등학교 애들이 그렇게 임테기를 사러 온대요.”


요즘 아이들의 첫 성경험 평균 나이는 12.8세라고 한다. 아주 훌륭한 부모라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역행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아이만 집에 가두어놓고 무조건 안 된다고 윽박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품 안에 아기 같은 큰애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가 부쩍 컸다는 게 느껴진다. 아이의 입가에 거뭇거뭇한 콧수염이 벌써부터 올라와있는 것도 그렇고, 가끔 엄마 쭈쭈하면서 내 가슴을 만지는 아이가 조금은 징그럽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이제는 정말 아들에 대한 성교육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과연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꼰대 같은 엄마는 되기 싫었다. 대학시절 <섹스 앤 더 시티>의 열렬한 팬이었던 나는 외국 엄마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되면 아이와 성에 대한 이야기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내 아이와 자유롭게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와 함께 목욕을 했던 아이는 생리에 대해 종종 묻고는 했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 뱃속에는 상어가 산다고 둘러댔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에게 불가피하게 생리대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었는데 아이와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나누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 나는 비교적 자세히 생리에 대해 설명했다.


“여자는 아기를 가질 준비를 매달 하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두터워졌던 자궁이 피로 나오는 게 바로 생리야. 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생리를 했어. 여름에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고 화장실에 갔는데 피가 나와서 정말 놀랬거든. 그런데 할머니가 진짜 여자가 되었다고 축하해주어서 기분이 좋았었어. 네 친구들 중에서도 생리를 시작하는 친구가 생길거야. 엄마도 생리할 때 배도 아프고 까칠해지잖아. 생리를 한다고 친구를 절대 놀리거나 괴롭히면 안돼.”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혹시 아이가 생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혹은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머릿속이 까마득했다. 다행히 아이는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어느 선까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야 되겠구나 생각되었다.

     





아이는 점점 자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품 안의 아기 같던 내 아이도 성을 접할 것이다. 자위를 할 것이고 야동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내가 아들의 성생활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어느 유명한 작가는 자신의 아들의 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렇게 한 적이 있다.     


“저는 아이에게 집 열쇠를 쥐어줄 거예요. 엄마는 몇 시 까지 올거야, 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면서요.”


과연 나도 웃으면서 아이의 성생활을 위해 집을 비워줄 수 있는 쿨내 진동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한 손으로 콘돔을 쥐어주며 하는 건 괜찮은데 피임만은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서지는 않는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기분이다.      


학창시절 막내 이모의 임신소식을 듣고 나는 엄마에게 화를 낸 적이 있다. 중학교 때로 기억을 하는데 그때 나는 성행위가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모 정말 실망이야!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어!”


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한국사회의 성교육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 대해서만 설명을 하지, 정작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부모도 그랬다. 무조건 성행위는 쉬쉬하고 입에 담기 부끄러운 것이어야 했다. 엄마, 아빠와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러는 사이 성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에 스스로가 마치 동물처럼 느껴지는 죄책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다.

나에게 성은 부자연스러운, 그리고 비밀스러운 것이었다.     



앞으로 자신은 서지 않지만 내 아이의 성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아이의 성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고 한때 아이었던, 소녀였던, 청춘이었던 엄마도 성을 어떻게 마주했는지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이가 원한다면 신체부위의 각 명칭을 함께 찾아보고 앞으로 아이에게 어떤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찾아오게 될지 이야기해주고 싶다. 요즘 남자아이들은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첫 사정(몽정)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성교육 전문가는 자신의 아들에게 ‘사정파티(존중파티)’를 해주었다고 한 프로그램에 나와 소개하기도 했다.


아들 넷의 엄마로서 앞으로 아이들의 성문제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성이 최소한 부자연스럽거나 비밀스러운 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들

#성교육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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