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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Apr 08. 2024

이혼과 재혼의 실상

단편소설

요즘 하루하루가 잿빛으로 물들어 있다.

심란한 하루가 지날 갈 무렵 

광식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광식이는 죽마고우다.


십 년 전에 바람피우다 걸려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요즘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업데이트할 때마다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다.


응! 웬일이냐?

그냥 안부전화.

한가하네?

그려

그럼 소주 한잔할까?

무슨 일 있냐?

조금~

백수가 우리 회사 쪽으로 오면 

내가 한잔 살게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

Ok!


회사 앞 먹자골목에 늘 만나던 

단골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늦어서 미안한지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테이블로 다가왔다.


뭔 일이여~ 한다.

응 너 전공!

여자?

짜식 자신을 잘 아네.

소크라테스 신봉자네


그동안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내 가족과 그녀에게는 물론 

가족에 까지 죄짓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마음으론 연애할 수 없어,

눈 딱 감고 주변을 의식하지 말아야지

연애할 수 있는 거야

사랑은 배짱이 있어야 하는 거야


비유가 될 줄 몰라도

옛말에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잖아?

누가 미인이라고 했냐?

결론부터 말하면 너는 안 돼!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너무 좋아했었나 봐

뜻대로 놓아지지 않네

힘들겠지만 서서히 보내드려

서로 좋아하면 복잡하지만

너 혼자 좋아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야


광식아 영철이는 어떻게 지내니?

한 달 전에 만났는데 처량해.


영철이는 아들만 둘 있는데

 애들 초등학교 다닐 때

부인하고 사별한 친구다.

주변에서 그렇게 재혼하라고 해도

애들 키우며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왜?

아들들 나이가 삼십이 넘었는 돼도

아직도 부엌데기야.

오늘 한번 만나볼까?

그래

전화해 볼게

잠시만 기다려 봐


여보세요? 나 광식이다.

지금 어디야?

집?

영철아 창호가 보고 싶데

너네 동네 잘 가는 치킨집으로 갈까?

전화기 너머에서 "그래"라고 들린다.


영철아 오랜만이다.

여전하다

그러니?


광식이가 황혼의 사랑을 위하여 하면서

건배 제의를 한다.


너는 재혼할 생각 없니?

누가 나 같은 사람한테 오겠어?

옛말에 짚신도 다 

짝이 있다는 말이 있지 않니?

글쎄?


나도 외로울 때가 있어~

세상에 여자 싫어하는 사람 있냐?


애들에게 상처 주기가 싫어

아빠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겠지?

그래도 둘 다 성인이 됐는데 

이해하지 않을까?


그리고 애들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아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

세월이 많이 흘렀지 않니?

그래도 나는 일편단심이야

너의 심지가 부럽다.


지금 우리 나이에 

가족 없는 사람이 있겠니?

나만의 사랑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아프게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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