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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Apr 01. 2024

감정이 다시 살아나다

단편소설

집에 도착하니 열두 시가 다 되었다.

아내의 자는 모습을 살며시 보는 순간

정말 죄인 같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일도 걱정이 된다.


길자를 어떻게 보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운다.


출근하자마자 길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해

관내 CCTV 없는 곳에서 만나 

용서를 빌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부끄럽고 

주책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바꾸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

감정이 다시 살아난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

그녀가 근무하는 곳으로

 나도 모르게 발길을 옮긴다


먼발치에서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 돌아온다.


왜 사랑은 젊은이들만의 소유물인가?

왜 몰래한 사랑을 불륜으로 보는가?

불륜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가?

사랑을 사랑 그 자체로만 

생각하면 안 될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머리를 흔든다.


길자한테서 전화가 온다.

반가운 마음에 목소리가 커진다.

저녁에 시간이 있어요?

그럼 있고 말고요


회사 앞 먹자골목 맨 끝쪽에 있는 

치킨집에서 만나요

오실 때 누가 보는 가 

잘 살피면서 오세요


기대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도착하니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정시 퇴근하면 동료들의 

눈에 띄게 될까 봐

조금 일찍 나왔다고 했다.


내가 자기 주변에 맴도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나 보다.

안쓰러운 얼굴로 

나를 이해시키고 달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나는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


온통 그녀 생각만 하다 가

어느새 현관 앞에 도착했다.


아차 싶다.

오늘이 아들 생일이라는 것을 깜박했다.

아들이 생일날에 집에 온다고 했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들어갔다.

아내는 물론 

아들과 딸의 얼굴이 밝지 않다.


죄스러운 마음에 

가족들을 볼 수 없어

눈을 피해 얼른 

안방 욕탕으로 도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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