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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May 13. 2024

부장은 없다

단편 소설

은태 씨 우리 반이네? 네

우리 서로 잘 지내봅시다. 하면서

반장은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직감적으로 그 미소는 분명 썩소다.


짐작은 맞아떨어졌다.

 다른 동료들과 차별을 하면서

안하무인으로 대했다.

날이 갈수록

강도와 횟수가 더 심해졌다.


은태 씨

네 반장님

오늘 하루만

미화반으로 가서 도와주세요.

무슨 일인데요?

글쎄요?

미화 반장 시키는 대로 하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미화 반장님 파견근무 왔는데요?

무슨 일을 할까요?

아 모르셨나요?

잔디 반장님한테 말씀드렸는데

이야기하지 않던가요?

오늘 화장실 청소하시는 분이

갑자기 몸이 아파서

결근을 해 도와달라고 했어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와! 미치겠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당신이 알면서 일부러 보낸 거지?

최소한 설명을 해주고 보내야지?

반장이면 다야?

지질히 도 못난 사람이 잘난 체 하기는?

뭣이여?

은태 너 말 다 한 거야?

그래요 왜?


 큰 소리가 오가다 보니

수목 반장이 휴게실로 뛰어들어 왔다.


은태 씨 잘 참아 오더니 터졌구먼?

저 양반이 사적인 감정으로

골탕을 먹이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도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참아 왔는데~

오늘은 화장실 청소 파견을 보냈다고요?


진정하고

내가 주선을 할 테니 저녁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오해를 풀어보자고

사는 것이 다 그렇지 뭐?

나이가 아래인 은태 씨가

조금 진정하면 안 될까?


아무튼 오늘은 기분이 내키지 않으니

다음에 하는 걸로 해요.


여보! 정말 힘드네?

알아요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은 강한 사람이잖아?


사람이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인데

쥐꼬리만 한 자존심이 힘들게 하네?

그래도 당신이 믿어주니 고마워!

당신밖에 없네?

여보 파이팅 하세요?

알았어.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다음에 하자고.

왜? 지금 해 봐? 궁금하잖아?

아니야 다음에 할게

피곤해서 먼저 잘게.

그래 푹 쉬어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아내의 얼굴이 비친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

그리고 오늘의 일까지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고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달아나 버렸다.

그래 이런 것이 삶이지 뭐?

그냥 자자.

 

세 명이 소주집에서 마주 앉았다.

수목 반장이 서로의 대화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하게

술을 마시다가

조금씩 취기가 오르면서

말문이 터진다.


은태 너는 말이지

대기업 부장 출신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표시를 너무 낸 단 말이여

그래서 나는 네가 싫었어.

나는 실은 막노동자 출신이거든

그래서 일종의 보복 심리와

대기업 부장 출신이

내 밑에 있다는 것에

쾌감을 느껴

너를 더욱더 괴롭혔던 것 같아

아무튼 미안해.


반장님 저도 잘한 것이 없습니다.

반장님이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일을 시킨다고 생각하면서

 토를 달고 반항했던 거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 됐어 지금까지의 대화 중에

제일 중요한 말들이 나왔으니

 화해한 것이여 잘되었구먼

너무 취하면 또

실수할 수 있으니 일어나세?

네 그러지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두 분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은태는 "부장은 없다"라고

소리 없이 외치며

밤하늘의 허공을 바라본다.

도심의 하늘에는 별이 없다.

초승달만 외롭게 떠있다.


내 어릴 적 놀던 곳은

별과 달이 함께 있었는데~

일권이 얼굴이 떠오른다.

일권이는 그 직장에 잘 다니고 있겠지?

미안하다 일권아!


모든 과거를 훌훌 털어 버리자.


 언젠가는 보름달과 별이 함께 떠 있는

광경을 일권이와 같이 볼 수 있겠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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