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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May 06. 2024

3/3/3 전법

단편 소설

내일이 마지막 면접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지난번 아내의 화난 모습이 

머리를 짓누른다.


침대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 

불도 켜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실패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아내의 잔소리에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다.


 복장은 아내가 사준 옷으로 입고 


말투는 또박또박 부드럽게 아니 

차분하고 부드럽게 하면서 

순응적인 말투로~ 


표정은 약간 긴장된 모습으로 진지하게


행동은 다소곳하게 

무엇보다 자존심을 버리고 

순종적인 공손한 자세로 

긍정적 이미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공수가 했던 말을 곱씹어 본다.


면접의 핵심은 조직에 잘 적응하고 

공공기관의 근로자로서의 

정신자세와 예의, 품행, 성실성,

그다음으로 업무에 관련된 지식과 

그 응용능력을 본다고 했다.


누구를 원망하랴! 현실을 직시해야지?


아내가 직접 운전을 한다.

은태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을 한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가족의 미래는 내가 보장한다.


면접과 실기 시험이 무사히 끝났다.

차문을 열고 앉으면서

아내에게 미소를 보낸다.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합격!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선다.


과연 견뎌 낼 수 있을까?

체력이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장비들은 다룰 수 있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내가 꼭 이런 일을 해야 하나?

과거의 화려함은 어디 가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일을 하다 혹시 지인을 만나면

창피해서 어떻게 하지?


첫 출근이라고

아내가 승용차로 태워다 준다고 했지만

손사래를 치고 집을 나섰다.


경력자들은 서로 아는 체하고

초보자들은 다소곳

주변 눈치만 보고 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내 복장과 동료들의 복장을 보니

한숨만 나온다.


관리자는 경력자들 하고만

대화를 하고 작업지시도

그들에게만 내린다.

초보자들은 따라서하라고 한다.


괜히 화가 난다.

과거 직장에서는 능력자였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

아내의 웃는 얼굴과 찌푸린 얼굴이

동시에 떠오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밝은 얼굴로 손을 잡아준다.


 오늘 고생했네?

 역시 당신은 할 수 있다니까?

할 수 있어!

걱정했어?

걱정하지 마!

이제 부장 아니야.

허세를 한 번 부려본다.


아이고 이거 삼겹살이네?

그려 어서 손 씻고 상추 쌈 해 봐

소주는?

소주도 여기 있지요~오?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준다.

웬일이여! 

코맹맹이 소리도 하고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그래 오래 살아 봐?

잘만 하면 자주 들을 수 있을 거야.


취기가 오르면서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참아야지

부장은 잊어야지


현관문을 나오는데

아내가 손을 흔들며 

오늘도 무사히 한다.

그래 꾹 참고 열심히 할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다.


초보자들은

어색한 표정과 말투로 통성명을 한다.

서로들 과거의 직장과 했던 일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깨알 같은 자랑 및 존재감을 나타낸다.


경력자들은 

큰 소리로 떠들며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상대방을 기선 제압하기 위해

잘난 체를 하면서 

장비 다루는 이야기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경력자와 초보자로 짝을 지어

조편성이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사수 부사수로

작업을 하게 되고

사수의 자랑과 거만을

받아 주어야 한다.


또다시 갈등이 생긴다.

꼴랑 사수 주제에 잘난 체 하기는~


오늘도 아내는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여보! 오늘은 어땠어?

응 그냥 그랬어.


여보! 옛말에 3/3/3 전법이 있잖아?

3일 3주 3개월만 참으면

무난히 적응한다는?

송은태 파이팅!


3개월이 지나

어느 정도 일들이 눈에 들어오고

초보딱지가 떼어지면서

기간제 근로자들의 

숙련도 및 능력에 따라

잔디반과 수목반으로 재 편성되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잔디 반장과 코드가 맞지 않았는데

하필 잔디반으로 배치가 되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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