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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호 Mar 24. 2024

은퇴 후 "노욕"

 

우리 가족은 2019년 봄에 외국여행을 계획했다. 중국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거의 결정했는데, 갑자기 변경 사유가 생겨 여행지를 대만으로 바꿨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일정을 잡아 즐겁게 다녀왔다.


  다녀온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우한 폐렴(코로나19)이 국내에 발생(2019,12,08) 했다며 모든 매스컴에서 야단법석이었다. 그리고 이듬해(2020, 01,19)에 전염이 확산되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되었다. 얼마 후 명칭이  코로나19(2020,2,11)로 바뀌었고, 세계보건기구는 3월에 팬데믹을 선언했다. 우리 가족은 중국 여행을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때 국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19" 돌발 악재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개월 후 서서히 회복세로 바뀌어가면서, 개미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주변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가, 팬데믹 선언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는데, 지금이 바닥이니, 무조건 사면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이야기처럼 나도 관심을 가져보기로 마음먹었는데, 바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가까이에 있는 몇몇 동료들의 행동이었다.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는데, 쉬는 시간이면 핸드폰으로 주식 현황을 보고 있었고, 가끔씩 작업 중에도 보고, 그리고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이곤 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들은 팬데믹이 오기 전부터 주식투자를 했던 것 같다. 그들 옆을 지날 때 가끔씩 주식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기회를 보다 어느 날 이들에게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손사래를 치며, 자기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다. 원금 생각 때문에 할 수 없이 발을 빼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조금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말리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맞는 말인 줄도 모르겠다.


 하지만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면서 계속 나를 부추겼다. 참고 참다가 용기를 내어 오래전부터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집사람한테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벌쩍 뛰더니, 잠시 후 여윳돈이 얼마나 있냐고 물었다. 용돈 모아놓은 것이 조금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전부 하지 말고 절반 정도는 남기고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매수하는 요령과 종목을 선택해 주었다. 후~ 소리와 함께 긴장이 풀렸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금방 돈을 벌 것만 같았다. 시키는 대로 진행을 하고 다음날 개장 시간에 맞춰 핸드폰을 보니 주가가 올라있었다. 온통 내 세상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불로 소득의 맛이라고 할까? 집사람한테 제일 먼저 전화하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랬더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지켜보라고 했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그때는 집사람이 도사처럼 보였다.


 그렇게 주가는 조금씩 계속 오르면서 4개월 정도 지났다. 원금 대비 30% 정도 상승되어 있었다. 이러다 대만 여행 경비가 충당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어 더 들떴다. 그리고 아무한테나 자랑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 절친인 동료(형님)에게 자랑을 하면서 주식투자를 권유했다. 한데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통장 개설은 했지만 거래는 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무렵 나는 잠잘 때만 빼고 머릿속에 온통 주식 생각뿐이었다. 앉으나 서나, 길을 걷거나 차를 타거나, 일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나, 식사할 때나 차를 마실 때나, 아무튼 무엇을 하든…


 더군다나 주가가 원금 대비 30% 떨어지고 있어서 더욱더 그랬다. 이것뿐만 아니다. 날마다 아니 하루에도 수십 번 핸드폰으로 주식 상황 들여다보고, 또 토요일이 되면 월요일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정말 하루하루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마음에 여유가 있었는데… 이래서 주식투자를 못하게 하는가? 주식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럴까? 노름하면 처음은 초보자가 따고 시간이 지날수록 잃은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 상황과 똑같을까? 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서 식욕도 떨어지고, 말수도 없어지고, 세상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사람이 귀신처럼 알고 말을 걸어왔다. 주가 하락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는지, 가지고 있는 종목을 손절 매도하고 000우량 주를 매수하라고 귀띔을 해주면서 주식투자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했다. 지금 상황은 너무 욕심부리다 매도시점을 놓쳐서 그런 거라고 하면서, 이번 종목만큼은 시점을 말해줄 테니 그때 꼭 매도하라고 했다. 


 주변에서 주식정보는 어느 누구 말도 믿지 말라고 했지만 집사람 말은 믿기로 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서 원금만큼 회복이 되어 바로 매도를 했다. 

 마음속으로 해방의 만세를 부르면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두 종목을 사고파는데 거의 일 년이 걸렸다. 

온통 주식과 돈 때문에, 풍부한 나의 감성을 잃어버린 일 년이었다. 단지 남은 것은 정신적 고통으로 얻은 교훈 "욕심을 버려라"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가지라도 건져서…


 동료(형님)는 아직도 관망하고 있단다. 동료(형님)에게 자랑했던 것을 후회한다. 나와 같은 전철을 밟을까 봐 말리고 싶다.


지난 일 년 동안 돈의 노예가 된 기분이다.


 앞으로는 절대 주식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 방역과 확진자 치료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팬데믹으로 인하여 돈을 벌겠다고 욕심을 부렸으니,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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