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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ug 22. 2021

그 수박 달고 맛있기를


아파트에 도착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1층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무거운 수박을 들고 오면서 아내분께 현관을 열어놓도록 미리 전화해 놓으신 모양이었다. 이 더운 날씨에 땀범벅이 된 그분은 현관문이 열리기 전, 수박을 바닥에 내려놓으셨다. 문을 열고 남편과 수박을 맞이한 할머니는 수박 사 왔네 하시며,


"그거 얼마 주고 샀어요?"

"응, 만 오천 원."

"싸네? 에고 근데 오래된 거 산 거네~ 꼭지가 다 말랐어. 딱 봐도 시들었는데 다 시든 걸 사 왔어."

"이것 좀 옮겨줘."

"그냥 굴려서 들어와요."

"......."


시든 수박을 사서 꾸역꾸역 힘들게 가져온 할아버지가 답답하게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식구들과 먹자고 사 왔으니 어찌 되었건 더운데 고생했다고 한마디 해주시지... 

괜스레 안쓰러워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그 수박이 꼭 달고 맛있길 바랐다. 


할머니의 예상이 보란 듯이 빗나가고, 할아버지의 구슬땀이 빛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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