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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Aug 31. 2021

첫 돌

나의 브런치 두 번째 기념일


오늘은 브런치를 시작한 지 365일, 딱 1년 된 날이다.


요즘 평소와 달리 마음 아래에 우울감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뭉근하게 가라앉은 그 감정이 무엇 때문일까 생각할 때, 지나온 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 묻고 있는 질문을 마주했다.



'잘하고 있는 것 맞아?'



글쎄. 잘하고 있다고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하고 싶었고, 하는 동안 뿌듯했고, 위로도 되었는데 왜 잘하고 있냐고 묻고 있을까. 



브런치를 시작할 때, 초반 몇 개월은 정말 글쓰기에만 집중했었다. 새벽에 일어났을 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저녁에 자기 전에도. 시간 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아 적고, 글로 꺼냈다. 글감이 샘솟고나름 잘 써져서 한 편씩 발행할 때마다 혼자 만족감에 기쁘고 뿌듯했다. 조금씩 늘어가는 구독자분들께 감사했고, 더 신경 써서 쓰려고 노력했다. 부캐의 매력에 폭 빠진 채, 매일 아침 일기 쓰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거기에서 피어난 생각이 브런치 글로 이어지곤 했다. 


브런치 활동하면서 글쓰기를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들로 자연스레 확장했다. 유튜브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활동도 하고 있다. 언제 어떤 행운과 기회가 내게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꾸준히 해보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어영부영 시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이제 중년에 들어섰으니 대충 살 나이가 아니라고 은연중에 나를 겁주며 채찍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던 것의 확장 개념으로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플랫폼들은 다루는 법이 각기 달랐고 제대로 하려면 나만의 확실한 전략과 콘셉트가 필요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준비 없이 시작한 것이었다. 본업인 직장인과 주부 역할을 수행하는 와중에 이어가려니 시간에 쫓기고 머릿속이 늘 혼잡했다. 그것들을 모두 지속해오고 있지만, 썩 내 마음에 차지 않고 타인의 호응도 크지 않다. 글쓰기가 오히려 처음보다 퇴보한 것 같아 속상하다. 여전히 깊이는 없고, 일기와 에세이의 경계에서 줄타기한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데, 집중력이 처음과 다르니 글이 발전할 리 없었다. 브런치 초반 러시 이후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시간들이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



다 잘할 수 없는 노릇인데, 잘하고 싶어 안달을 냈다.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너무 기웃거렸다. 

욕심 내면 아무것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린아이처럼 그랬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브런치 1년을 기념하면서, 다시 한번 나를 다독여본다. 조금 천천히 하자고.


하려는 것들에 초심을 발휘해 천천히 정성을 들여보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는 계획으로 서두르지 말고 해 보자. 

멈추지 말고 오늘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정진하자. 


글쓰기는 내 몸과 정신이 살아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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