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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Sep 16. 2021

알아준다는 것

누군가의 노고를 알아준다는 것. 그 자체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불쑥 내 심정을 알아주는 말을 들을 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그 감동은 크게 다가온다.


지난주, 이번 주 초까지 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는데, 하필 일정에 차질이 생겨 정정 보고를 해야 했었다. 싫은 소리 들을까 봐, 이 고생이 무색해질까 봐 불편한 마음을 안고 보고한 메일에 예상 밖의 짧은 회신을 받았다.


"잘 알겠고, 수고 많아요."


그 한마디를 보는 순간, 몸의 긴장과 불안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나의 애쓰고 있음을 먼저 봐준 상사의 회신이 그 순간 얼마나 따뜻했는지.


우리는 "노고는 알지만..." "힘든 거 아는데..." 하면서 계속 더, 조금 더 부탁하고 요구할 때가 많다. 칭찬에 인색한 조직생활 속에서 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잘하고 싶은데 그와 반대되는 상황이 발생되면 걱정이 앞선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최대한 예방하려고 두 번 세 번 체크하며 일해온 것이 업무 스킬을 향상했을지 모르지만 마음은 자주 불안하다.


오늘 나의 심정을 헤아려준 말은 정말 짧고 평범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어떤 덧붙임도 없이 그저 수고 많다는 말. 상사가 내게 보내는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그 한 문장도 위로가 되었다.


진심 어린 한마디는 생각보다 힘이 크다. 누군가 흘리는 눈물을 남몰래 닦아줄지도 모른다. 그의 보이지 않는 땀을 조용히 닦아주고 처진 어깨를 토닥여줄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받았던 것처럼 나도 알아차림에서 멈추지 않고 알아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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