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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Nov 11. 2021

2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이사 준비

10여 년간 내 집에서 살았다. 세상 볼 줄 모르는 나는 당장 눈앞의 큰 대출금에 겁을 먹고, 조금만 더 얹으면 매입할 수 있었던 아파트를 뒤로한 채 40평짜리 빌라 1층을 사서 10년간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주변 아파트들이 야금야금 오를 때 우리 빌라는 미동이 없었다. 사는 동안은 별 관심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이사를 가야 하는 부담이 없으니 편했고, 거기에 젖어 생각 없이 둔하게 그냥 '살기만' 했다.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여기서는 답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 집을 제로 수익으로 처분하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 그렇게 주택 보유자를 벗어나 세입자로 살게 되었다.


그게 어느덧 2년 전의 일이다. 곧 전세 계약이 끝나니 재계약 여부를 논의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 집에서 4~5년만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그 사이 부동산 시장은 요동쳤고 전세도 매매도 오르고 또 올랐다. 집주인은 이 집을 계속 팔고 싶어 했는데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살고 있는 집도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라 결국 자신들이 들어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선 나중에 다시 세를 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인이 들어온다니 나가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 들어올 때 집주인이 전세로 내놓긴 했지만 혹시 매입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었다. 가격 좀 더 낮춰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용기도 없었으며, 실 거주 기준으로 봤을 때 내 집 삼을 만큼 집이 욕심나지도 않았기에 전세를 택했다. 당시보다 1.5배는 올랐으니 아는 주변 사람은 그때 집을 사서 지금 돈을 벌었다.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건가 싶다. 그 기회를 저버리고 2년 만에 다시 높아진 전셋값 앞에서 마음이 메마른다. 한 번씩 막막함이 밀려들 때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이사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하려니 모르는 게 많아 정신없고 난관에 부딪혔던 순간들, 그쪽과 이쪽과 저쪽이 꼬리를 물고 목돈을 당일에 넘겨야 하는 긴장감과 부담감으로 무척이나 애를 먹었던 지난 내 모습이 떠오른다. 힘들었지만 그때 많은 것을 배웠다. 전세 계약의 준비 과정과 내 보증금을 잘 지키기 위해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 등등. 하지만 이번에도 긴장된다. 전셋값이 올라 금전적 부담도 크지만 나온 집이 없어서 걱정이 앞선다. 


갈 집을 찾으면서 계약금 마련하고, 이사 날짜 맞춰서 갈 집을 계약하고, 은행에 대출도 신청해야 한다. 새 보금자리를 찾는 일련의 과정들이 순탄할지 몰라서 불안하지만 그래도 지난 이사의 경험으로 애송이에서는 벗어났나 보다. 머릿속에 어느 정도 계획이 세워지는 거 보니. 잘 될 거라는 믿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려 한다. 생각보다 빨리 옮기게 되어서 아쉽지만 여기 있는 시간 동안 안전했고 편안했고 화목했다. 이 집과의 인연을 잘 마무리하고 부디 좋은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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