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안녕.

by 눈썹달

꼬시래기 같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혼자 머리를 말린다. 머리칼 만지는 손길이 거침없고 시원시원하다. 물기를 털어내고 말린 뒤 빗질로 천천히 모양을 가다듬으며 6학년은 꼭 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년의 설렘과 기대를 말하는 야무진 둘째.


고등학교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게 했던 아이도 다행히 바라던 곳에 합격하여 친구들과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한시름 내려놓고 중학교 졸업을 축하했다. 그렇게 성장하여 또 한 번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이게 된 첫째.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회사 발표를 맡아 준비하고 잘 진행하여 결국 그로 인해 진급을 이뤄낸 남편.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움직여 기회를 잡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그가 멋졌다. 올 한 해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안겨준 고마운 남편.


어머님은 연세로 인해 약해지시는 것 말고는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으셨다. 남편과 내가 돌아가며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도 어머님과 아이들은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모두 바쁠 때 늘 집을 지켜주시며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애써주신 어머님. 아직까지 당신 몸과 건강을 직접 돌보시고 병원도 다니실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렇게 모두가 무탈하게, 감사하게 1년을 잘 지내주었다. 크고 작은 일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올해도 해피엔딩이다.




나는 올해 역시 건강한 루틴과 중심 잡을 수 있는 새벽 시간에 집중했었는데 그것도 상반기까지였고 일이 많아진 하반기에는 체력적으로 새벽 기상이 힘들어져 내려놓게 되었다. 장거리 통근자이다 보니 새벽시간을 가진 후 출근하는 길은 만원 지하철의 고단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하반기에는 지옥철을 피하기 위해 조금 더 일찍 출근하는 길을 택했다. 업무가 많아진 만큼 내적 공허감이 느껴졌지만 생계 앞에서 그저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 2022년의 마지막 날에 와 있다.


24개의 글을 썼고, 12개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고, 18권의 책을 읽었다. 눈부신 소득은커녕 특별할 것도 없는 결과물이지만 마음만큼 이루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방향을 나로 향해 혼자 진행했던 그 일들은 쉽지 않은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동력이었다. 그 와중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해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




여전히 무언가를 다짐하고 실행하는 내 모습은 모래를 꽉 쥐고 뛰는 사람 같다. 다짐할 때는 늘 손아귀에 꽉 차도록 움켜쥐지만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흐지부지 되어버리기를 반복하는.


그래도 다시 다짐한다. 그 마저도 안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무용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지겹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다짐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년에도 어렵고 힘들 것이다. 해마다 쉬웠던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 열심히 사는 나를 만나고,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고 싶다. 미래 만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으면서 지금의 나를 그대로 보듬고 또 한 번 1년을 알차게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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