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썹달 Dec 31. 2022

2022년 안녕.

꼬시래기 같던 아이가 어느새 커서 혼자 머리를 말린다. 머리칼 만지는 손길이 거침없고 시원시원하다. 물기를 털어내고 말린 뒤 빗질로 천천히 모양을 가다듬으며 6학년은 꼭 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년의 설렘과 기대를 말하는 야무진 둘째. 


고등학교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게 했던 아이도 다행히 바라던 곳에 합격하여 친구들과 같은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한시름 내려놓고 중학교 졸업을 축하했다. 그렇게 성장하여 또 한 번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이게 된 첫째.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회사 발표를 맡아 준비하고 잘 진행하여 결국 그로 인해 진급을 이뤄낸 남편.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움직여 기회를 잡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그가 멋졌다. 올 한 해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안겨준 고마운 남편. 


어머님은 연세로 인해 약해지시는 것 말고는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으셨다. 남편과 내가 돌아가며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도 어머님과 아이들은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모두 바쁠 때 늘 집을 지켜주시며 우리의 먹거리를 위해 애써주신 어머님. 아직까지 당신 몸과 건강을 직접 돌보시고 병원도 다니실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렇게 모두가 무탈하게, 감사하게 1년을 잘 지내주었다. 크고 작은 일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올해도 해피엔딩이다. 




나는 올해 역시 건강한 루틴과 중심 잡을 수 있는 새벽 시간에 집중했었는데 그것도 상반기까지였고 일이 많아진 하반기에는 체력적으로 새벽 기상이 힘들어져 내려놓게 되었다. 장거리 통근자이다 보니 새벽시간을 가진 후 출근하는 길은 만원 지하철의 고단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하반기에는 지옥철을 피하기 위해 조금 더 일찍 출근하는 길을 택했다. 업무가 많아진 만큼 내적 공허감이 느껴졌지만 생계 앞에서 그저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 2022년의 마지막 날에 와 있다. 


24개의 글을 썼고, 12개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고, 18권의 책을 읽었다. 눈부신 소득은커녕 특별할 것도 없는 결과물이지만 마음만큼 이루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방향을 나로 향해 혼자 진행했던 그 일들은 쉽지 않은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동력이었다. 그 와중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이라도 해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




여전히 무언가를 다짐하고 실행하는 내 모습은 모래를 꽉 쥐고 뛰는 사람 같다. 다짐할 때는 늘 손아귀에 꽉 차도록 움켜쥐지만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흐지부지 되어버리기를 반복하는.


그래도 다시 다짐한다. 그 마저도 안 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무용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지겹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다짐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년에도 어렵고 힘들 것이다. 해마다 쉬웠던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안에서 열심히 사는 나를 만나고,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살고 싶다. 미래 만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으면서 지금의 나를 그대로 보듬고 또 한 번 1년을 알차게 살아보련다. 

작가의 이전글 격리 생각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