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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썹달 Sep 14. 2022

당신을 A/S 해주는 사람이 있나요?

모처럼 맘으로 응원하던 분이 임원 승진을 하셨다. 조기 진급이었음에도 대부분 될 사람이 되었다는 반응들이었다. 나와 비슷하게 입사해서 신입 때 그분께 일을 배우고 지금까지 함께 근무 중인 동기와 이 좋은 소식을 나누었다. 근래 들어 가장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고 했다.


"내 첫 사수잖아. 요즘도 나 A/S 해주시거든."


나를 A/S 해 준다?


생소한 표현이었지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자세히는 몰라도 여태 보아온 그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었다.


A/S, After Service, 사후 관리(事後管理)  
상품을 판 후에, 제조업자가 그 상품에 대하여 무상 또는 유상으로 수리나 점검 등을 해 주는 일


부서가 바뀌어 그분 밑을 떠난 지 오래임에도 어려움이 있거나 뭔가 삐끗할 때면 찾게 되고, 그럴 때마다 조언해주고 바로 잡아준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멘토인 셈이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던가? 생각해보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없다. 부서와 업무의 특성상(굳이 외부에 알려질 필요 없는 일들이 많은 부서이다 보니) 내 상황을 자세히 얘기하면서 상담하듯 말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 선임이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워낙 성향이 맞지 않아 멘토로 삼기엔 버거웠고, 친한 동료에게라도 구구절절한 얘기를 하고 나면 꼭 돌아오는 길엔 마음 한편이 찜찜하곤 했다. 괜한 말을 했나, 이 말을 다르게 받아들인 건 아니겠지, 내가 한 말이 와전되어 퍼지는 것은 아니겠지... 등등. 조심성이 많았고 그런저런 신경 쓸 거리를 만들기 싫어서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선 별로 내 일 얘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A/S 해주는 사람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나를 케어해준다면 좋겠지만 사실 일상에서 어쩌다 정말 어려울 때나 힘들 때 의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매 시간, 매 순간을 사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삐걱거릴 때나 주춤할 때, 혹은 힘들 때 그 모든 상황을 누군가와 상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를 가장 잘 알고, 내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 결국 나를 A/S 할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고쳐서 쓸 수 없다는 말을 하는데 생각해보면 그것은 타인을 향해 주로 쓰는 말이다. 만약 내가 나 자신에게도 그런 시각을 적용하고 있다면 그것부터 수리가 필요할 것 같다. 나를 고쳐 쓰며 살아가고 싶다. 물론 지지리도 고쳐지지 않는 구석이 있지만 노력하고 싶다. 내가 나를 고치려 하는 이유는 내 안에서 발현될 수도 있고, 누군가 혹은 어떤 사건을 통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를 고쳐 쓴다는 마인드는 외부의 자극도 내부로 잘 흡수시킨다. 어떤 말을 해도 들어먹지 않으니 소용없다는 누군가의 푸념을 한 번쯤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귀를 닫고 있으면 내 어느 곳에 A/S가 필요한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성찰할 기회가 없다.


스스로를 A/S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 보았다.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혼자 어렵지 않게 해 나갈 수 있는 간단한 두 가지가 떠올랐다.  


귀와 마음을 열고 나를 향한 다양한 말들을 새겨본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단점이 들춰졌을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당연히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에 대한 것이라면 주워 담아 잘 정리해 본다. 나를 향한 여러 갈래의 시각과 말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나타내 줄 것이다. 스스로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겠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그것들을 검토하고 개선점을 찾아보자.


나를 고쳐줄 만한 좋은 내용의 책을 골라 읽어본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도 있듯이, 나에게 맞는 좋은 책은 다른 누구보다 큰 스승이자 멘토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고 저자의 조언을 들으며 앞으로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지금의 나를 고치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실천 항목을 세워서 실행해보자.



간단하다고 했지만 사실 실행하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글을 썼다고 해서 내가 나를 잘 고쳐 쓰고 있느냐 묻는다면 아니다. 고쳐서 제대로 작동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니 쉽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노력하길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를 고쳐 좋은 모습으로 늙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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