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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스인 Sep 21. 2022

냉장고엔 과일이 한가득

“참외 사갈까?”

“아니야, 그냥 와. 과일 많아.”


남편은 우리 집 냉장고에 과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꽤나 신경 쓰는 편이다. 언젠가 내가 냉장고 야채실에 가득 찬 과일들을 보며 “와, 우리 집 부자 같다!”라고 말한 걸 기억하는 듯하다. 


미취학 시절 자주 어울리던 친구의 집엔 항상 먹을 게 가득했다. 커다란 식탁 위엔 처음 보는 외국 과자와 과일들이 늘어져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과일이 많은 집은 부잣집으로 입력시켰다. 우리 집은 가족도 많고 먹성도 좋고 먹거리도 풍족하지 않다 보니 귤 한 박스를 사도 이틀이면 동이 나버렸다. 그땐 늘 먹을 게 부족해 아쉬웠다. 


지금은 냉장고에 보관해둔 과일이 썩지 않도록 제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언니와 내가 결혼하고 남동생도 과일을 잘 챙겨 먹지 않으니 친정집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과일이 이렇게 많으니 부잣집인가. 하하. 


한 라디오에 출연한 게스트가 대한민국의 지금을 사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 황제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굶는 사람은 없고 대다수의 사람이 자가가 아니라도 수도와 전기가 연결된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고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물론 치솟는 주거비, 교통비, 통신비에 서민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런 제도적인 부분은 시민으로서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담론은 차치하고 일단 내가 발을 디딘 그곳에서부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달곰한 복숭아 한 상자 사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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