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1.
임신 20주다. 꽉 찬 20주라 내일이면 21주다. 임신하기 전엔 개월 수가 아니라 주 수로 임신 현황을 말하는 게 낯설었다. 임신을 하고나니 한 주 한 주가 다르게 산모의 몸이 변하고 아가의 성장이 느껴지니 이해가 됐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니 처음에는 좋았다. 물론 지금도 좋다.
하지만 확실히 온종일 집에 혼자 있으니 외롭다는 생각도 스친다. 그럴 때면 행복이를 부른다.
"행복아, 뭐하고 있니?"
임신을 하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맥주와 소주를 먹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좋아하는 과일도 양 조절을 해가며 먹어야 한다. 임신 25~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하는데 이때 수치가 높게 나오면, 인슐린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규칙적인 식사와 단 음식을 적게 먹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요즘 매일 아침, 점심 식사를 찍어서 남편에게 보내고 있다. 그래도 막 어떤 음식이 엄청나게 먹고 싶거나 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그냥 건강하게 적당히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
요즘 더욱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출산을 한 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고 있다.
- 힙한 펍에서 시나몬이 듬뿍 뿌려진 코젤다크와 나초 먹기
-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나 뷰티풀민트페스티벌 즐기기
- 오션월드에서 파도풀 즐기기
- 엄마랑 율암온천에 가서 몸 지지고 고구마, 밤 구워먹기 + 식혜도
- 결혼 예복 입고 결혼 3주년 기념 사진 찍기
- 한 겨울에 한라산 등반하기
- 대패삼겹살에 소주 마시기
- 동해바다에서 서핑 배우기
- 남편과 행복이와 함께 동유럽 여행 가기
- 아직은 겨울의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날에 경주 자전거 여행하기
- 속초에서 싱싱한 물회 먹기
리스트는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야지 후훗!
적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어제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친구가 보내준 신생아 목욕시키기 동영상을 봤는데, 너무 귀여워서 남편과 저녁 먹으면서 한 번 더 봤다. 세숫대야에 목욕을 시켜도 될만큼 조그만 아가는 따뜻한 물에 들어가자 엄마의 뱃속인줄 알고 잠이 들기도 했다. 또 편안한지 물속에 응아를 하기도 했다. 너무 귀엽다. 아가가 불편하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목욕을 시키는데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떨리면서도 얼른 나도 행복이를 만나서 목욕시켜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우리 행복이를 만나기까지 134일 정도 남았다.
행복아 쑥쑥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