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스인 Jan 13. 2023

임신을 해서 좋은 점을 생각해보자면

2020. 10. 21.

행복이 태어나기 D-94일. 임신 186일째다. 허리가 아파서 한동안 글을 쓸 생각도 못했다. 

이런 저런 생각은 많았는데, 그 생각을 허공에 날린 것 같아 좀 아깝다. 

임신은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임신을 해서 좋은 점을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좋은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행동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영어공부가 귀찮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낯설었던 영단어도 눈에 들어오고 영어회화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어느덧 공신닷컴에서 66일 영어일기 도전을 시작한지 38일이 되었다. 매일 쉬지 않고 공부일기를 쓰다니! 내가! 산책을 나가기 귀찮지만, 식사후 조금이라도 걷지 않으면 소화가 되지 않으니 일단 나가게 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욕하면 속이 시원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그럴수밖에 없는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좋아서 마셨는지 분위기에 의해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술을 먹지 않게 됐다. 당연하다. 임산부니깐. 술을 먹지 않으니 정신이 흐려지는 날이 없고 술값으로 흥청망청 아깝게 나가는 돈(대리비, 택시비, 기타 유흥비)을 막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내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 없다. 물론 임산부도 식단관리를 해야 한다.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당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삶은 달걀, 구운 버섯, 카레가루와 파슬리로 양념한 닭가슴살, 싱싱한 잎채소, 계절에 맞는 과일, 든든한 견과류 간식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 


남편과의 사이가 더욱 좋아졌다. 

결혼 1년은 그동안 삶의 방식을 조정하는 시기라 많이들 다툰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랬다. 사소한 걸로 크게 다퉜다. 뭐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자잘한 문제들 때문에 지독하게 싸웠다. 아가를 갖기 위해 노력하며 내가 다짐한 건 남편을 소중히 하자, 화목한 가정을 만들자였다. 아이의 앞에서는 절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이런 다짐을 하고 보니 세상 사랑스럽고 감사한 남편이다. 그동안 까다로운 나 때문에 고생했을 남편에게 더없이 미안할뿐. 남편이 말한대로 우리의 따뜻한 대화 자체가 행복이에게 앞으로 나갈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안정감을 안겨줄 것이다. 남편을 더욱 사랑해줘야지. 


아직도 허리가 자유롭지 않다. 점점 더 불러오는 배로 인해 앞으로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마음대로 운전도 못하고 멀리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어렵다. 인간관계가 점점 단절되는 이 느낌...ㅎㅎ 때로는 탄산 관리를 아주 잘하는 호프집에서 생맥주에 한잔 캬! 하고 마시고 싶다. 언니와 함께 춘천여행도 가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그래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행복이를 품고 있는 이 시간을 더욱 소중히 보내야겠다. 매일 콩콩콩 발차기를 하며 엄마에게 안부인사를 하는 우리 행복이. 엄마가 많이 사랑해요!

작가의 이전글 임신은 정말 힘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