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내 육아 시절을 돌아보면 작년과 올해를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꼽을 거라 생각한다. 내 욕구는 뒷전이어야만 했던 시절을 지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져야 하던 시절을 지나, 긴긴 팬데믹을 지나서야 도달한 지금. 아이들은 스스로 숙제를 하고 씻고 둘이 떠들다 잠들만큼 컸다. 같이 여행 다니기에도 최고다.
여전히 하교 시간에 매여 있고 밥을 차리고 숙제를 봐주고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해결해줘야 하지만. 그만큼 같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큰연꽃은 이제 나보다 배드민턴을 더 잘 친다. 아빠의 제일 좋은 상대가 되었다. 작은연꽃은 우리 집에서 줄넘기를 제일 잘 뛴다. 유일하게 씽씽이 가능하신 분. 앞으로도 나와 남편보다 잘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영영 자라지 않을 것만 같던 멍멍이들이 어느덧 사람의 형상을 갖추어간다. 같이 아이돌 음악을 듣고 시덥잖은 농담에 낄낄거리고 귀여운 걸 같이 보며 꺄악 소리를 지른다. 여행지에서 자기 찍어달라며 브이를 하고 떡볶이와 라면을 같이 먹을 수 있다. 작은 것에 함께 행복해할 수 있는 어린이 친구가 둘이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아이들과 손 잡고 나란히 걸을 때 생각한다. 이 시간이 참 짧다고. 아이들이 어릴 땐 안거나 업거나 쫓아다녀야 했다. 조금 더 크면 손은 커녕 같이 다녀만줘도 감사하겠지. 그러니 그날이 올 때까지는 손을 꼬옥 잡고 다녀야지. 내 손보다 두툼해진 큰아이의 손도, 아직은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아이의 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