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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향 Sep 07. 2020

4. 나홀로 라인댄스 2주차

계단을 올라가기만 하는 건 아니야


춤을 오랜만에 추게 되니 종아리가 너무 당긴다. 발목도 시큰하고 발바닥도 뻐근하다. 그러다보니 밤에 잠들기 전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하지 않으면 다음 날 아프고 부어서 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7일차부터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8-9일차에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요가동작을 따라 했다. 내가 주로 따라한 것은 서리요가의 하체 동작 위주인데, 도저히 안 되는 동작들은 넘어가면서 편안하게 몸을 쓰는데 집중했다.

https://youtu.be/GJAmGP41FYk

나는 진짜 뻣뻣한 나무토막 몸을 갖고 있다. 엄마는 그리 유연한데 하필 통나무 같은 아빠 몸을 닮았을꼬. 그런데 요가 동작을 따라해보면, 문제는 유연성이 아니다. 조금만 굽혀도 아야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내 왼쪽 골반 오른쪽 다리ㅜㅠ


몸의 불균형이 진짜 심각하다는 게 느껴진다. 워낙 몸이 틀어져 있긴 했지만, 둘째 낳고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수유의 폐해ㅜㅠ 골반과 눈썹 높이와 다리 길이도 다르고, 고르게 났던 치열도 틀어졌다.


몸의 균형이라는 기본이 잘 잡혀야 움직임도 아름다워지는 건데. 일단은 아름다움을 논하기 전에, 밸런스를 찾는데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11일 차, 어쩐 일인지 스텝이 내 맘대로 잘 되질 않앟다. 땅을 미는 느낌이 영 안 나서 붕붕 떠 있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었는데, 도로 후퇴하는 듯한 이 상황은 뭐지.


배울 때 뭐든 그렇지만 춤도 마찬가지구나. 매일 계단을 올라가는 만은 아니구나. 내려오는 날도, 쭉 미끄러지는 날도 있구나.

출처: unsplash

에잇, 즐거우려고 추는 거지 우울하려고 추는 건 아니잖아!우울이 어깨에 톡 걸려 잘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다. 떨쳐버리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30분 이상을 채우고 마무리했다.


다음날이 되자 전날보다 몸이 훨씬 가벼웠다. 땅 미는 느낌, 골반 움직이는 느낌도 훨씬 나아졌고. 하루 사이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기분 좋게 눈 앞의 계단을 깡총 올라갔다.


2주차 처음 배운 두 곡이 너무 재밌었다.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스텝이 익숙해질 수록  자연스럽게 웃음이 많이 났다. 틀려도 금방 다음 동작으로 이어갈 수 있으니까. 결국은 연습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해야 한다.

https://youtu.be/Er-rdfd4KC0


2주차 후반에 새로운 차차 곡을 배우는 데 teaching 영상이 없어서 그냥 댄스 영상을 보고 따라해야 했다. 방향이 안 맞을 때 자주 헤매지만, 노래가 끝날 때쯤 '아 대충 어떤 스텝인지 알겠다' 감이 올 때는 진짜 신난다. 입력한 대로 출력은 안 되도 일단 입력은 된 상태 정도? 이렇게 며칠 추면 몸에 조금 배인다.


땀이 잘 나는 체질이 아니다. 이마에서 땀이 나는 경우는 더더욱 흔치 않다. 그런데 40분 정도 움직이면 이마부터 등까지 꽤 젖어 있다. 몸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몇십분이 훌쩍 지나가는 신비.


이런 경험은 진짜 오래간만이다. 즐겁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자신있게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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