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홀로 라인댄스 2주차
계단을 올라가기만 하는 건 아니야
춤을 오랜만에 추게 되니 종아리가 너무 당긴다. 발목도 시큰하고 발바닥도 뻐근하다. 그러다보니 밤에 잠들기 전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하지 않으면 다음 날 아프고 부어서 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7일차부터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8-9일차에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요가동작을 따라 했다. 내가 주로 따라한 것은 서리요가의 하체 동작 위주인데, 도저히 안 되는 동작들은 넘어가면서 편안하게 몸을 쓰는데 집중했다.
나는 진짜 뻣뻣한 나무토막 몸을 갖고 있다. 엄마는 그리 유연한데 하필 통나무 같은 아빠 몸을 닮았을꼬. 그런데 요가 동작을 따라해보면, 문제는 유연성이 아니다. 조금만 굽혀도 아야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내 왼쪽 골반 오른쪽 다리ㅜㅠ
몸의 불균형이 진짜 심각하다는 게 느껴진다. 워낙 몸이 틀어져 있긴 했지만, 둘째 낳고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수유의 폐해ㅜㅠ 골반과 눈썹 높이와 다리 길이도 다르고, 고르게 났던 치열도 틀어졌다.
몸의 균형이라는 기본이 잘 잡혀야 움직임도 아름다워지는 건데. 일단은 아름다움을 논하기 전에, 밸런스를 찾는데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11일 차, 어쩐 일인지 스텝이 내 맘대로 잘 되질 않앟다. 땅을 미는 느낌이 영 안 나서 붕붕 떠 있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었는데, 도로 후퇴하는 듯한 이 상황은 뭐지.
배울 때 뭐든 그렇지만 춤도 마찬가지구나. 매일 계단을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구나. 내려오는 날도, 쭉 미끄러지는 날도 있구나.
출처: unsplash에잇, 즐거우려고 추는 거지 우울하려고 추는 건 아니잖아!우울이 어깨에 톡 걸려 잘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다. 떨쳐버리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30분 이상을 채우고 마무리했다.
다음날이 되자 전날보다 몸이 훨씬 가벼웠다. 땅 미는 느낌, 골반 움직이는 느낌도 훨씬 나아졌고. 하루 사이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기분 좋게 눈 앞의 계단을 깡총 올라갔다.
2주차에 처음 배운 두 곡이 너무 재밌었다.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스텝이 익숙해질 수록 자연스럽게 웃음이 많이 났다. 틀려도 금방 다음 동작으로 이어갈 수 있으니까. 결국은 연습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해야 한다.
2주차 후반에 새로운 차차 곡을 배우는 데 teaching 영상이 없어서 그냥 댄스 영상을 보고 따라해야 했다. 방향이 안 맞을 때 자주 헤매지만, 노래가 끝날 때쯤 '아 대충 어떤 스텝인지 알겠다' 감이 올 때는 진짜 신난다. 입력한 대로 출력은 안 되도 일단 입력은 된 상태 정도? 이렇게 며칠 추면 몸에 조금 배인다.
땀이 잘 나는 체질이 아니다. 이마에서 땀이 나는 경우는 더더욱 흔치 않다. 그런데 40분 정도 움직이면 이마부터 등까지 꽤 젖어 있다. 몸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몇십분이 훌쩍 지나가는 신비.
이런 경험은 진짜 오래간만이다. 즐겁다, 라는 말은 이럴 때 자신있게 쓰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