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금살금 대면 강의 의뢰가 들어오네요. 올해는 작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게 느껴져요.
아이 둘이 초등학생이라 멀리 갈 수는 없어요. 오늘은 다행히 경의중앙선을 타고 휘리릭 갈 수 있는 거리였어요. 모당공원 작은도서관 그림책 동아리 분들이 <어른의 그림책>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왔지요.
<어른의 그림책> 북토크
<나는 기다립니다>와 <오리건의 여행>은 제 첫 그림책과 인생 그림책으로 언제나 소개를 드리지요.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첫 만남의 순간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쿵 떨어지는 책들이에요.
남은 시간에는 요즘 제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드렸어요. <맛있는 건 맛있어>, <브루키와 작은 양> 그리고 <할머니의 저녁 식사>. 읽어주는 저도, 듣는 분들도 많이 웃었어요. 웃는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그 힘센 일을 그림책은 해내요.
여러분은 요즘 많이 웃고 있나요? 어떤 것 덕분에 크게 웃어보았나요?
<브루키와 작은 양>의 작은 양은 매애 매애 밖에 할 줄 몰라요. 노래를 불러도 매애매애, 책을 읽어도 매애매애. 브루키는 나무라지 않고 매애매애라고 써있는 가사집과 책을 양에게 선물하죠. 덕분에 작은 양은 실컷 읽고 노래 부를 수 있고요.
다양한 사랑의 형태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림책을 어른들과 함께 읽은 오늘은 이렇게 읽혔어요. 내 안의 길들지 않은 어린이에게 어서 커라, 이만큼 해내라 윽박지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어라, 라고. 말썽 피우고 싶고 계속 움직이고 싶고 딴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얼마든지 믿을 수 있는 어린이. 그 어린이가 내 안에도 살고 있으니까요.
나에게 오늘 던져진 질문을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어요. 여러분은 내 안의 어린이를 잘 돌봐주며 살고 있나요?브루키가 작은 양에게 하듯 꽃도 먹이고 자리도 만들어주고 귀 뒤도 긁어주면서?
그림책을 읽는 건 어른인 나와 작은 양 같은 어린이 나를 모두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에요. 둘을 동시에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찾기란 얼마나 어렵다고요. 그게 우리가 이토록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유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