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빅 3개월 차. 이제 루틴으로 하는 곡들은 많이 외워서, 거울로 내 모습이나 다른 사람들 슬쩍슬쩍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쪼가 있는데 그걸 관찰하는 게 즐겁다. 어떤 분은 유난히 어깨를 많이 쓰며 폴짝폴짝 뛰고, 어떤 분은 골반이 정말 유연하고, 어떤 분은 팔을 젖히는 각도가 남다르다. 같은 동작이라도 사람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다.
그 와중에 나는 좀..... 폴랑거린다. 하체가 부실해서 그런지 뭘 해도 묵직하게 중심이 잡히지가 않고 폴랑폴랑. 그리고 처음 진도 나가는 곡은 무척이나 헤맨다. 동작을 이토록 못 외우는 사람이라니. 대신 어떻게든 외운 동작은 잘 안 까먹는다. 그리고 춤은 못 외워도 노래를 잘 외운다. 그래 뭐 다 못하란 법은 없지. 못 하는 일 앞에서는 뭐 하나라도 장점을 발견하면 순수하게 기뻐진다.
이번 달에 인원 구성이 좀 바뀌었다. 2부 수업을 듣던 두 분이 1부로 오셨다. 그리고 살갑게 말을 많이 걸어주시던 70대 어머님 한 분이 그만 두셨다. 4월 말쯤부터 무릎이 아프다며 잘 뛰지 못하시더니 결국 5월로 종지부를 찍으셨다. 에어로빅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는데. 건강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지만 몸이 나이를 이기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나는 몇 살까지 에어로빅이나 운동을 할 수 있을까....... 그 분의 무릎이 꼭 나아지시길 바라본다.
편안에 수업에서 '아무튼' 시리즈를 쓴다면 뭘 쓰고 싶냐고 물었는데. 그림책은 이미 두 권을 썼으니 패스고. 이 운동을 몇 년 더 한다면 <아무튼, 에어로빅>을 써보고 싶다. 그곳에 가던 첫 마음, 모두가 궁금해하는 복장, 틀려도 된다는 뻔뻔함의 기쁨, 맨 뒷줄에서 한 줄 앞으로 갔을 때의 기쁨,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