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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향 Jul 24. 2022

철이 다르고 제철이고 철이 들고

같은 배롱나무라도 때가 다르다. 이전 살던 단지 안의 배롱나무는 어제 보니 이제 한두 송이 피기 시작하던데. 집 앞 산책로의 배롱나무는 벌써 활짝 피었다. 자잘한 레이스 무늬의 진분홍 드레스를 입고 선 모습이 우아하고 화려하다. 곧 온 동네에 배롱나무의 철이 오겠지.


지금은 매미들의 철이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노래를 한다. 아이들도 쉬지 않고 매미를 잡고 또 하루가 저물기 전 매미를 놓아주었다. 내일이 되면 또 매미를 잡으러 가겠지. 여름마다 반복되는 장면이다.


통 안에 좀 오래 갇혀 있었는지, 풀어준 매미들 중 한 마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놀란 둘째가 계속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며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살아 있는 걸 잡아보고 싶은 것도 어린이의 마음이고 살아 있는 것을 해쳤을 때 미안한 것도 어린이의 마음. 다음에는 잡더라도 빨리 풀어주기로 했다.


다들 그렇게 철이 들어가나보다.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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