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집 앞 정원
맑은 날에는 시각이 다른 감각에 우선하지만,
비오는 날은 더 많은 감각이 섬세하게 깨어난다.
바닥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물 웅덩이에 떨어지는 소리, 우산에 떨어지는 소리,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쏴아 쏟아지는 소리, 나뭇잎에서 또르르 빗방울 구르는 소리, 멀리서부터 천둥이 낮게 으르렁대는 소리.
비릿한 물 내음, 퀘퀘한 흙 내음, 덜 마른 빨래 내음, 싱그러운 풀 내음, 평소보다 더 진한 커피 내음.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어 가늠해보는 비의 세기, 어깨에 튀기는 빗방울의 온도, 발가락 사이에 서걱대는 젖은 모래의 질감.
목말랐던 풀들이 싱그러운 녹색을 되찾듯, 내 몸도 물기를 머금으며 싱그럽게 피어난다.
비 오는 잿빛 도시에 색을 선물해주는 건 동그마히 제 할 일을 하며 걸어가는 우산들.
6살 아이가 그린 비 오는 날 풍경에는 가족 수와 꼭 같은 우산 4개가 그려져 있다.
우산들이 노래하며 걸어가는 글 없는 그림책 <노란 우산>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비 오는 날의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그 모두가 담겨 있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