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노력이 필요한 일

영원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by 안개꽃





오늘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고, 여느 때처럼 책을 읽다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이기주 [언어의 온도] 중에서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사랑이라는 말에,

내가 아주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어느샌가 나는 가족들에게, 특히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많이 해주기 위해 내 많은 부분을 희생하며 산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내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해 왔을까 생각하면, 한참 부족했다고 스스로 반성이 되었다.


'꽉 막힌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엄한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수없이 생각하고 다짐했건만 나는 과연 아이에게 어떤 엄마였을까 생각해 보면, 내 생각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뻔한 어른이자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에게 '이건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아이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고, 아이의 생각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아이를 사랑해서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자기 합리화가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가 내게 원했던 것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엄마의 모습보다는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반복해서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더 좋은 것을 주는 것도, 사랑하는 이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힘들지 않게 그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관계에서 더 중요하다.


연인관계에서든, 부부관계에서든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길 때는 그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았을 때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사랑하는 사람이 할 때다. 이렇게 균열이 생긴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것을 상대방이 한다면 나도 모르는 새에 두터운 벽이 그와 나 사이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둘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미 벽이 생기고 난 뒤, 아무리 벽을 허물려고 노력을 하더라도 처음처럼 돌아가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결혼을 하면 연인관계처럼 헤어질 수 없는 관계니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들 하니까, 부부관계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에 가까운 결혼생활을 하며 느낀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거나 벽이 생긴다면, 그것을 허물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상대방이 정말로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상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기꺼이 그것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자라나지 않을 테니까.


세상에는 영원하고 완전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평생을 살며 수없이 흔들리고 상황에 따라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이런 우리의 가변성 때문에 관계나 사랑 또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걸까.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노력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