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계를 넓히는 일

당신의 두려움은 무엇인가요?

by 안개꽃





25년 만에 자전거를 탔다. 20년이 훌쩍 지나 처음 타는 것이기에, 자전거 앞에 선 나의 마음은 4발 자전거를 타며 한창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있는 8살 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자전거에 대한 기억은 11살에 멈춰 있는 나에게, 성인용의 큰 자전거는 참 낯설었다. 다리가 닿을랑 말랑한 자전거 안장에 앉아,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설마 또 넘어져 다치면 어쩌지?'

갖가지 질문들이 부리나케 고개를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 위에 발을 얹어 구르기 시작했다. 페달을 밟는 법조차 까먹어서 헛발질도 여러 번 하며 페달 밟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몇 번의 발 구르기를 통해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 어..! 앞으로 간다! 내가 지금 가고 있어!"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건지,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어린 시절,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울 때는 중심을 잡지 못해 한참 동안 부모님께서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시고 연습을 거듭한 끝에 자전거를 탈 수 있었는데, 어떻게 긴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시 탈 때는 이리도 쉽게 탈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너 자전거 탈 수 있어?'라고 물을 때면, 나는 수줍게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말해왔었다. 나 스스로,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생각해 왔으니까. 내가 나에 대해 이리도 모를 때도 있구나,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11살 때 언니의 친구가 자전거 뒷좌석에 나를 태우고는, "여기서 아래로 달리면 진짜 신나고 재밌어. 눈 감고 느껴봐." 나는 뒷자리에 앉아 눈을 꼭 감고 내 몸과 얼굴을 감싸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했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도 아픈 것이 아닌가. 자전거가 넘어지며 나는 언덕에서 구르다시피 하여 옷이 찢어지고 얼굴부터 팔 다리 할 것 없이 온몸에 피가 나도록 다쳤다. 그 뒤로는 자전거에 두려움이 생겨 한 번도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었다.


내게는 이런 두려움의 대상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강아지, 수영, 자전거가 대표적인 예이다.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여겨왔던 자전거를 다시 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고, 두려움의 크기만큼 긴 시간이 지나 다시 탔는데 이렇게 연습도 없이 바로 중심을 잡고 탈 수 있다니. 어쩌면 내가 다시 용기를 내어 마주하지 않았을 뿐, 진정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었던 걸까. 그렇다면 우리가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 중, 진실로 존재하는 두려움은 얼마나 될까.


나는 25년 만에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기쁨에 도취되어 용기를 조금 더 내보았다. 천변을 따라 자전거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몇 달간 받아왔던, 지금까지도 나를 짓누르고 있던 스트레스가 나의 얼굴을 스치는 바람과 함께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런 게 행복이지..'

행복에 취해, 바람에 취해 열심히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칠 것 같아 급히 멈추려다가 넘어진 것이다. 주변에 사람이 꽤 되어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헬맷도 없이 자전거를 탄 탓에 눈앞에 별이 총총히 보이고 어지러웠다. 자전거를 다시 타고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까지 갈 자신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자전거를 힘겹게 끌고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따스한 햇볕을 쬐며 무겁디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가며 생각했다.


분명 머리도 어지럽고 팔꿈치와 무릎에서 피가 날 정도로 아픈데, 아프지만은 않다고.

아프지만 자전거에 다시 도전할 수 있고, 내가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느끼며 긴 세월 벽을 치며 살아왔던 것에 다가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어쩌면 이건 우리 삶과 다를 바가 없다고.


삶을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너무 아파서, 다시 사랑을 할 용기가 사라져 한동안은 사랑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할 때도 분명 있다. 시험에서 실패의 고배를 몇 차례 마시고 다시 실패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애초에 도전을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별로 아프지 않을 때도 있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때도 있다. 그러려면 일단 부딪쳐봐야 알 수 있는 법.


작년 말쯤,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고 무너져 혼자만의 여행을 찾아보고 준비하다가 도저히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계획에서만 그친 적이 있었다. 부딪쳐보기 전까지는 모름에도, 부딪쳐볼 용기를 갖기까지 참으로 많은 번뇌와 고민이 나의 발목을 붙잡곤 한다. 이번 자전거 도전을 계기로, 그간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여기며 멀리했던 것들에 하나씩 도전을 해 볼 생각이다. 마음속에 접어뒀던 혼자만의 여행도 다시금 꺼내보고, 내 삶의 경계를 조금 더 넓힐 수 있도록 한 발짝 나아갈 생각이다.


부디 당신과 나의 삶이, 조금씩 조금씩 경계를 넓히며 다양한 것들을 마주하며 울고 웃을 수 있기를.

큰 성취가 없더라도 작은 성취와 실패를 물감 삼아, 다양한 빛을 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