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가치
아이의 유치원에서 사랑의 모금함을 집으로 보내왔다. 4월 한 달간 동전을 열심히 모아 모금함을 채워오라고. 아이가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 어려운 친구들을 돕기 위해 돈을 모아가야 해요. 꼭 '친구야 사랑해'를 외치면서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은 건지, 동전을 저금통에 모으는 게 좋은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이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한 달 동안 저금통을 가득 채워갈 거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바로,
"엄마 동전 줘요! 동전!"
집안을 샅샅이 뒤져 묵혀있던 동전들을 하나 둘 찾아내 아이에게 건넸다. 하지만 어느덧 세상이 변해 이젠 카드로 소비활동을 하는 시대가 되어,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굴러다니는 동전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아이는 동전이 빨리 모이지 않자 모금함을 얼마 채워가지 못할까 봐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다.
일부러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에 가서 현금을 써서 동전을 만들기도 해 봤지만, 그걸론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 몰래 은행에 가서 2만 원을 10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왔다. 그리고 아이에게 칭찬을 할 때마다 동전 10개씩을 주었고, 어느덧 모금함이 가득 찼다.
"엄마, 이것 봐요! 진짜 무거워요!"
아이는 동전으로 가득 찬 모금함을 들고 집안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무겁다고 낑낑거리며 즐거워했다. 모금함을 가득 채우는 데에는 2만 원의 동전이 다 들어가지 않았다. 대략 2만 원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4잔 값에 아이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어려운 친구를 자신이 도왔다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모금함 속에 든 동전들이 반짝 빛나 보였다.
'친구야 사랑해'와 함께 모금함 속에 들어간 동전들.
내게도 이런 순간들이 존재한다. 내가 10살 무렵, 티브이에 나오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 전화를 수십 통 건 탓에, 전화 요금 폭탄을 맞아 엄마에게 혼이 나기도 했고. 엄마에게 받는 아주 작은 용돈을 모아 기부용 우표를 잔뜩 샀던 기억이 있다.
그때 해마다 내가 사서 모았던 우표들은 이사를 하며 잃어버려 지금 내게 남아있지 않지만, 꼬깃꼬깃 천 원짜리 몇 장을 모아 등교하던 아침이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때 당시 나는 엄마에게 하루 용돈으로 200원을 받았고, 며칠을 쓰지 않고 동전 10개를 모아야 천 원을 만들던 때라 천 원은 내게 큰돈이었다.
동전으로도 설렐 수 있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운 오늘이다.
순수한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그 시절은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가 조금 덜 외롭고 덜 삭막해지도록 도와준다.
지금 이 순간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따뜻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