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파티
어느 순간, 내겐 생일도 그저 365일 중에 하루인, 그리 특별하지 않은 날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어느 지점이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렴풋하게는,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가 아닐까 하고 짐작해본다.
너의 생일은 내 생일보다 특별한 날이자 잊을 수 없는 날이고 너와 처음 마주한 날이다. 이렇게 특별한 날이 인생에 훅 하고 들어와 버리니, 내 생일에는 조금은 시큰둥해져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엄마들이 왜 본인 생일에는 미역국도 끓이지 않고, 가족들 생일상만 열심히 차렸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입장이 되었다.
사랑은 역시 내리사랑인가 보다.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준 사랑을 엄마는 내게 주고, 엄마가 나에게 준 사랑을 나는 아이에게 주고. 언젠가 아이가 자라 엄마가 되면 또 그 아이에게 사랑이 내려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미움이 아닌 사랑을 유산으로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는 3월부터 5월의 생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막상 생일 당일의 기쁨보다, 생일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날짜를 지워가는 설렘과 기다림이 더 행복해 보였다. 아이는 올해 유독 왜 이렇게 생일을 기다리는 걸까.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생일 선물에만 관심이 있었지, 생일상이나 파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서프라이즈 파티해 주세요!"
"서프라이즈 파티?"
"풍선으로 꾸미고, 파티해 주는 거"
"그걸 어떻게 알아?"
"... 드라마에서 봤어요."
언제까지나 아기인 줄만 알았던 아이 입에서, 서프라이즈를 해달란 얘기를 듣게 되다니. 그것도 스쳐 지나가며 본 줄 알았던 드라마 속 장면을 보고. 듣고 나서도 한참 동안 실감이 나지 않아, 그 말을 혼자 곱씹어 보다가 어느새 아이가 훌쩍 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생일에 대한 기대도, 원하는 선물도 분명해진 나이.
내가 생각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의 성장 속도는 훨씬 빠르다. 그래서 때로는 당혹스럽고, 때로는 아쉬운 마음이 찾아온다.
'너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자꾸 버퍼링 걸리는 엄마라니, 엄마가 분발할게.'
아이가 유치원 간 틈에 풍선들, 파티용 선글라스, 케이크를 사 와서 간소한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다. 아이가 풍선을 강조해서 풍선을 많이 샀건만, 벽에 다 붙이지도 못해 열심히 만든 풍선들은 의미가 없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파티도 해본 사람들이 잘하는 법. 처음 준비해본 이벤트라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풍선과 케이크, 촛불, 생일 축하 노래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이.
아이의 함박웃음을 보며 지금에서야 풍선 이벤트를 해준, 나의 무심함에 반성을 해본다. '그래, 내년에는 더 예쁘게 이벤트를 잘해보자. 발전하면 되는 거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이의 잠든 모습을 보는 이 시간.
5년간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부족한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참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부족한 엄마 잘 부탁할게. 엄마는 순간순간 그저 네가 행복한 선택을 하며 사는 사람이 되길 바라.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잣대로 너를 평가하지 않고, 온전히 너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 너무도 착한 너인 걸 알기에, 지금부터 엄마는 누누이 네게 이야기해 주고 있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해 양보하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무조건 네가 행복해야 할 것."
이 세상에서 빛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지만,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정답은 언제나 너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네가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