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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Sep 25. 2023

싱글맘이면 어때

그만두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결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야"


이상하게도 이혼을 하고 난 뒤에 인생의 실패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종종 나를 따라다녔다. 주부로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며, 내게 남은 것은 가정과 아이뿐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혼 후  결혼의 실패가 마치 나의 인생의 실패처럼 느껴져 위축되었던 걸 보면.


'이혼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절대 인생의 실패는 아니야, 그저 인생의 한 페이지일 뿐이야.'


아무리 나 자신에게 애써 이야기를 해봐도, 진정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이혼을 받아들였냐고 묻는다면, 100%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이젠 결혼과 이혼은 나의 인생 안에 있는 작은 챕터 중 하나라는 사실을 믿고 나아가려 한다.


결혼과 이혼 모두 쉬운 일은 아니고,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끝나는 일도 아니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갈 일도 아니다. 아니다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이혼을 선택한 나를 응원해 주고, 남은 인생의 페이지를 시작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이혼을 무겁게 생각하세요?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세요."

"아이가 받게 될 차별의 시선이나 아이가 입을 상처가 두려워요."

"지금 현재 일어난 일인가요?"

"아뇨 아직.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요."

"그게 바로 예기불안이죠. 지금 현재에 집중하세요. 그래야 지금의 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할 수가 있어요."


상담하시는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다. 나는 본디 진지하고 신중한 사람이라, 매사가 무거운 편이다. 그렇다 보니 이혼도 가볍게 생각하지 못할 수밖에.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재결합을 선택해야 한다고 나를 몰아세우던 중에, 선생님의 말씀이 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에 쫓겨, 남편과 나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기보단, 미래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재결합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온전하게 본질에 집중하고 나를 위한 선택을 내려야지만 나도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을 자꾸만 망각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혼의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니, 아이가 나중에 겪게 될 세상의 편견이 나를 자꾸만 옭아맸고, 완전한 관계 정리보단 재결합으로 마음이 기울도록 했다.


"엄마가 이혼을 의연하고 당당하게 마주 한다면, 아이도 엄마를 당당하게 믿고 따라갈 수 있어요. 엄마의 태도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해요. 그러니 더 가볍게 이혼을 생각해 보세요. 싱글맘이면 어때요."


내가 이혼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이가 이혼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된다는 말씀은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나도 이혼이 처음인 것처럼, 아이도 부모의 이혼은 처음인 것을. 아이는 나의 태도를 보며 이혼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를 배우고 본인의 것으로 가져갈 것임을. 아쉽게도 놓치고 있었다.


아이의 거울은 나란 사실을. 내가 이혼을 큰 일로 받아들여 전전긍긍하며 위축되면, 아이도 이혼이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위축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가볍게 이혼을 바라보고, 싱글맘인 나를 당당하게 생각해야겠다.

"싱글맘이면 어때. 가정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지.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잖아."


나에게 약속을 했다. 앞으로는 내가 싱글맘인 사실을 숨기지 않아야겠다고. 다시는 주말부부라고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지기로 결심한 내가, 싱글맘인 이유로 부끄러울 것도 작아질 필요도 없다고.


앞으로는,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보려 한다. 인생의 무게에 눌려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당당하게 밀고 나갈 것. 가볍게 살아갈 것.

비록 올해 몇 개월 남지 않았지만, 그동안 이루고 싶은 나의 새로운 목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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