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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Sep 24. 2023

후회를 두려워하지 마

오늘도 선택 앞에 주저하는 당신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대.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너는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러니 후회를 감수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그러면 후회가 고개를 들 때도, 금방 털어낼 수 있어. 후회가 두려워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게, 어쩌면 너를 더 괴롭게 만들 거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제일 힘든 법이거든."


얼마 전, 전화기 너머로 친한 언니가 내게 건네준 말이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통스러워하던 나에게 딱인 말이었다. 재결합을 제안한 남편의 손을 잡고 다시 시작할지, 작년에 내가 내린 결정에 손잡아줄지 고민이 되어 힘들었던 지난 몇 개월. 스스로 내가 이렇게 우유부단했나, 답답할 정도로 어떤 결정도 내리기 힘들어 갈대처럼 흔들렸다.


몇 개월동안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부부상담도 다녀봤음에도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했던 이유는, 후회하기 싫어서였다. 내가 이혼을 선택하고 남편과 영영 끝나버렸을 때의 후회, 이미 끝나버린 남편과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는 선택을 했을 때의 후회. 모든 상황에 뒤따를 후회 중, 어느 것이 더 작은 후회일까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며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쉬이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최소한의 후회와 데미지를 남기고 싶단 욕심이, 어떤 결정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은 불편했다. 남편에게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고, 홀로 다시금 상처를 만들고 있는 게 내 모습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리고, 진정 마침표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할 때, 언니의 말은 내 마음에 와닿아 힘을 주었다.


'그래, 후회를 두려워하지 말자. 후회 없는 선택이란 없어.

그러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후회를 선택하자.'


인생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고 싶은 욕심이 든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사랑받고 싶고, 더 아프지 않고 싶고, 더 힘들지 않고 싶고. 인간이기에 아주 당연한 것. 하지만 이런 욕심이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릴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오히려 시야가 흘려져 본질을 볼 수 없게 만들기도 하니까.


결혼을 할 때도, 이혼을 할 때도, 재결합을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본질은 남편과 내가 다시 사랑하고 하나의 길을 갈 수 있는지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이 고개를 들고, 최대한의 후회가 없을 선택을 하고 싶단 욕심이 나를 쥐고 놓아주지 않을 때, 나는 본질을 또다시 놓쳐버리는 실수를 했다.


그렇다. 내가 남편과 한 뜻으로 앞으로의 여생을 믿으며 존중하고 지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만 봤어야 한다. 아이와의 관계, 주변의 시선, 금전적인 문제 등은 부차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결정을 하고 싶어,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결정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내가 작년에 이혼을 하고 내내 두려워하는 많은 부분들은 현실에서 이루어진 것들도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들도 있다. 하지만 자꾸만 두려움에 잠식당하며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그래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지난 몇 달간 끊임없이 흔들렸고 아팠다.


하지만 이제 정말 결정을 해야 할 때임을, 스스로 깨달았다. 몹쓸 미련으로부터 나도 상대방도 놓아줘야 할 때임을, 알게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지난 몇 달간의 망설임은, 이런 깨달음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신고식 같은 거였을까. 이혼을 하고 재결합을 고민하며, 나란 인간의 나약함을 온전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나의 약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힘든 결혼생활을 억지로 웃으며 버틸 때보다, 나의 약함을 인정하면서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더 이상 내가 밉지 않았다. 인생이란 길에서, 앞으로도 많은 순간 흔들리며 방황하며 살아갈 테지. 그럴 때 지금의 이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본다.




<<추신>>

오늘도 선택 앞에 주저하는 당신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그저 당신이 하는 선택을 믿어주세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최선의 고민을 통해 내린 결론일 테니까, 조금 더 자신을 믿어주세요.

내 선택을 믿어주는 것은 나 자신을 믿어주는 일이에요.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믿어주겠어요. 당신의 선택을 믿고 당당하게 밀고 나가세요.

그러다 후회를 마주한다면, 그건 상황이 변해 당연하게 찾아오는 후회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어떤 선택을 해도 우리는 후회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미래는 늘 변화해 우리가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후회를 하며 당신을 자책하지도 말아요.

그저 오늘도 당신을 믿고 지지해 주면 됩니다. 그거면 당신의 오늘은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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