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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Oct 14. 2023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에도 아까운 시간들




건강검진 결과가 집에 도착했다. 평소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도 먹지 않는 편이라 건강검진 결과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웬 걸. 몇 년 새 내 몸엔 많은 혹이 자라나 내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지에, 나는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다.


공황도 모자라 내 작은 몸 곳곳에 주렁주렁 자라난 혹들이 미웠다. '왜 나에겐 자꾸 안 좋은 일들만 생기는 걸까'란 생각이 고개를 드니, 다리에 힘이 조금 빠지는 느낌이다. 최근에 잇몸이 많이 약해져 대학병원 여러 군데 검사를 다녀왔다. 일단 수술날짜를 잡고 돌아왔지만, 수술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되던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몸 여러 군데 자리 잡은 혹들의 존재까지 알고 나니, 도무지 기운이 나질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하며 내 인생의 감사한 지점을 찾아 일상에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왜 자꾸 여기저기 아픈 걸까. 최근 짧은 기간 동안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일까. 몸에 나쁜 습관이 많은 편도 아닌데, 왜 여기저기 아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인생에 찾아든 고난을 생각하면, 하늘이 원망스럽고 내가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 세상을 바라보면 나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을 버텨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을 바라보면, 내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하게만 느껴진다.


얼마 전 대학병원에 갔을 때, 휠체어에 탄 20대 초반정도의 여자 아이를 봤다. 앙상하게 마른 몸에, 핏기 없이 하얀 피부, 생기 없이 바싹 마른 머리카락. 그 여자아이는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였는데, 합병증으로 잇몸이 약해져 추가 검사를 받으러 왔던 것이다. 아직 봉우리조차 틔우지 않은 앳된 얼굴의 그 여자아이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여자 아이를 본 순간, 이혼 후 나를 찾아온 공황을 원망하며 내가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냥 슬퍼했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쨌든 나에겐 오늘도 내일도 허락되어 있는데, 그 시간들을 슬퍼하고 우울해하며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걸까. 문득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에도 아까운 시간들. 내게 찾아온 약간의 불행에 절망하지 말자고.


내 몸속에 주렁주렁 자라난 혹들에게 또 삶의 기운을 빼앗길 뻔했다. 하지만 나는 오늘을 잃지 않을 생각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행복으로 채워가고 싶으니까. 원망과 우울로 내 시간들을 채워간다면, 내 마지막 날에 얼마나 많은 후회가 남을까, 하고.


앞으로 더 건강하게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내 몸과 마음을 챙겨야겠다. 내게 주어진 삶은 결코 두 번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결국 결론은, 그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조금은 가볍게 인생을 바라보기.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부디 당신도, 당신의 오늘과 당신의 몸을 아끼고 아껴 더 오래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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