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매달려 11

by 브리

#변신


회사 4층에는 의상실과 피팅룸이 있다. 제 1차로 옷과 가발을 구하러 떠난 두 명은 무려 사십분이 지난 다음 돌아왔다. 그들이 들고 온 건 어디 시상식에라도 입고 갈만한 미니 드레스 두 벌과 뽀글거리는 긴 머리 가발이었다.


“누가 봐도 딱 여자인 것 같은 옷을 고르라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이런 옷 입고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 봤어? 그리고 가발이 이게 뭐야? 가발이 너무 올드하잖아. ”


혁민이 매섭게 동생들을 질책했다.


“어울리는 걸 들고 오라고. 그리고 사이즈가 맞아? 작을 거 같은데. 센스가 꽝이군.”

“그럼 형이 갔다 오던가. 나는 여자 사이즈를 모르겠다고.”


투덕거리는 멤버들 옆에서 심각한 눈으로 드레스를 보던 명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불합격이었다. 그 다음으로 2차 원정대가 출발했다. 이번엔 혁민과 규호였다. 제일 나이가 많은 만큼 믿을만했다. 두 사람이 비장하게 길을 떠난 뒤 뭔가 골똘이 생각하던 루오가 손가락을 딱 튕기더니 말했다.


“맞아. 메이크업도 하면 더 좋겠다. 그럼 진짜 여자 같을 거야.”

“저기. 나 여자 맞거든. ”


수민이 크게 말했지만 루오의 귀에 닿질 않았다. 루오는 미카엘과 함께 5층 메이크업 룸으로 화장품을 가지러 떠났다. 수민은 바닥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서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게 아닌데, 하는 얼굴로 축축한 바짓단을 손으로 잡아당겼다.


“왜 그래요? 발목 아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바지가 젖어서.”


뻣뻣한 천이 피부를 쓸어서 앉고 일어서기가 불편했을 뿐 아픈 건 아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길에 제법 말랐다. 바지는 자세히 보면 젖은 데와 마른 데가 미묘하게 색이 달랐다. 명원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수민의 바짓단을 만져보았다.


“오늘 길에 비 왔어요?”

“어제 빨래를 했는데 안 말라서. 병원에 건조기가 없더라구요.”


명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찡그렸다. 수민은 자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남자의 부슬부슬한 앞머리카락과 짙은 눈썹을 보다가 싱긋 웃었다.


-이 남자는 돌보는 걸 잘하는구나.


루오는 명원이 보험이라고 했다. 한번 알아 놓으면 평생 든든한 뒷받침을 해 줄 사람이라고. 대신 잘잘못은 확실히 가린다며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명원의 이미지는 엄마에 가까웠다. 그것도 막내 아들 사고칠까 노심초사 하는 극성 엄마같았다.


“금방 말라요.”


수민은 명원의 손을 슬며시 밀었다.


벌컥.


명원이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연습실 문이 열렸다. 의상원정대인가, 메이크업 원정대인가 보니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라 매니저 연석이었다. 연습실에 남아 있던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수민을 봤다. 명원의 얼굴이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그는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수민의 얼굴로 던져 덮어버리고 빠르게 그녀의 옆으로 와 앉았다. 그리고 수민의 머리통을 잡고 자신의 허벅지에 강제로 눕혔다. 모든 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졌다. 엉겹결에 명원의 다리에 머리를 뉘이고 눕게 된 수민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자신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있는 명원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이지마.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는 손이었다. 수민은 얌전하게 그 뜻에 굴복해야 했다.


“다들 어디갔어? 왜 너희뿐이야?”

“잠깐 나갔어요. 각자 볼일 보러. 금방 올거에요.”

“루오는?”


매니저에게도 근심거리는 막내인 루오인 듯 콕 짚어 루오를 찾았다.


“여기 자고 있잖아요.”


수민의 귀에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의 목소리는 수민의 얼굴을 덮고 있는 셔츠 냄새와 어울렸다. 명원의 셔츠에서는 스웨덴 아비스코 국립공원 자작나무 숲에서 맡았던 냄새가 났다. 축축한 흙, 마른 풀, 싱그러운 이끼, 공기를 머금은 수증기가 한데 섞인 그런 냄새 말이다.


“잔다고? 왜 여기서 자?”


매니저가 그들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났다.


“걔 사촌이 없어졌다면서요. 흥분해서 날뛰더니 지쳤나봐요. 어제 잠도 안 자고 좋아서 헤헤 거리더니.”

“그것 떄문에 정말 곤란해. 루오네 어머니께서 전화해서 원망을 잔뜩 하셨어.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해줘야지 뭐했냐고. 나는 얘 말만 믿고 그냥 있었던 건데. 그쪽 집안 문제가 그런 줄 알았나. 그래서 루오한테 어머니랑 통화해서 좀 달래드리라고 하려고 했더니 팔자 편하게 자고 있네.”

“깨울까요?”


명원이 대범하게 응수했다. 연석은 질색하며 말했다.


“됐어. 일어나서 자기 사촌 찾으러 가자 그러면 곤란해. 그냥 자게 놔 둬. 아니 좀 더 푹 자게 해.”

“그럴게요.”


명원의 손이 머리를 떠나 수민의 어깨로 옮겨왔다. 그리고 토닥토닥. 다정한 손짓이었다. 누가 보면 수민이 명원의 아기라고 착각이 들만큼 부드럽고 포근했다.


수민은 혼란스러웠다. 남자와 남자가 하기에는 너무 친밀한 거 아닐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 거지만 둘이 특별해 보였다. 수민을 루오라고 오해하는 상황에서 명원이 보여준 스킨십은 그냥 평범한 남자끼리의 우정을 넘어서는 것 같았다. 어깨를 감싸고 다리를 베고 자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주위 사람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수민은 아까 연습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자신에게 뛰어 오던 루오의 머리카락이 잔뜩 헝크러졌던 것을 기억해냈다. 안쪽 방에서 다른 남자와 있다가 나온 것 같았는데. 여자 옷도 너무 잘 알고 메이크업도 신경쓰고. 그렇다는 것은...... 명원이 새벽에 혼자 루오를 찾으러 온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였다. 둘이 싸웠을지도 몰라. 그래서 데리러 온 것일 수도. 수민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내가 눈치가 없었구나.


연석은 몇 가지 더 당부하더니 6시가 되면 퇴근이라고 확인하고 돌아갔다. 문이 닫히자 수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원의 다리를 베고 눕는 일은 안될 일이었다.


“미, 미안해요.”


수민이 먼저 사과했다. 지금 상황과는 의미가 다른 사과였다. 귓불이 빨갛게 달아서 화끈거렸다. 이 남자는 루오가 수민 떄문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싫은게 분명했다. 그래서 굳이 붙잡아 여자 옷을 입으라고 했던 거다. 수민은 얼굴을 가다듬었다. 그 사이 명원이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셔츠를 주웠다. 다른 멤버들이 명원을 보고 손가락을 치켜 올렸지만 여전히 표정은 딱딱했다.


× × ×


이 여자는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속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루오와 다르게 수민의 두 눈에는 강한 통제력이 엿보였다. 그녀의 행동은 군더더기가 없고 숨겨진 힘이 느껴졌다. 군인이라해도 믿을 정도였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수민은 쭈뼛거리거나 움츠려 들지 않았다. 요새 대학생들이 입을 법한 검은 주름 스커트에 발랄해 보이는 티셔츠를 입은 그녀는 아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희고 곧은 다리는 여자의 것이다. 탄력 있는 허벅지와 가느다란 종아리가 조화를 이루어 수민이 스무 살 여자인 것을 드러냈다.

“우와. 수민아. 너 진짜 예쁘다.”


루오는 호들갑을 떨며 수민을 부등켜 안더니 이내 거울 앞으로 데려와 세웠다. 그리고 가져온 긴 머리 웨이브 가발을 정성스럽게 씌워주었다. 제대로 쓰려면 본 머리를 두피에 바싹 붙이는 작업부터 해야겠지만 수민의 머리가 짧았기에 그럭저럭 티 안나게 쓸 수 있었다. 헤어 스타일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꽤 컸다. 좀전까지 풍기던 중성적인 느낌이 사라졌다. 루오와 똑같은 얼굴에 갑자기 요염한 기운이 맴돌았다. 턱이 더 갸름해 보였고 흰 피부는 더 부각 되었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는 얼굴이네.


스웨덴에서 다니던 모습과 비슷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옷 고르는 센스가 있었다.


-이러고 다니면 루오라고 오해받을 일은 없겠어.


수민은 거울을 들여다보다 문득 열 네 개의 눈동자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 돌아보았다. 일곱 남자가 제각기 앉거나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왜요? 이상해요?”


혁민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루오가 여장했을때보다 이쁘네. 루오가 남자긴 남자였나 보다.”


그 말에 루오는 발끈해서 구시렁거렸다.


“그럼 내가 남자지. 형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런다. 자. 이게 그만 봐요. 우리 수민이 닳으니까.”

“얼마나 봤다고 그래? 신기해서 그러는 건데. 그리고 이제 화장 해야지. 화장하면 완벽 여자야. 물론 지금도 여자시지만. 화장은 누가 해?”

“당연히 내가 해야지.”


루오는 메이크업에 소질이 있는 편이다. 수민은 루오가 들고 온 메이크업 박스를 들여다보고 립스틱 하나를 골랐다.


“이거 하나만 바르면 될 거 같은데. 나 평상시에 화장 거의 안해.”

“강원도까지 가려면 제대로 해야 해. 그래야 안전해.”

“제대로 해줘도 나중에 내가 못해.”

“그건 나중 문제고. 여기 앉아봐.”


수민이 힐끔 명원을 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경계의 눈으로 수민을 뚫어져라 지켜보는 중이었다. 수민은 머리를 긁적이다 가발임을 꺠닫고 손을 내렸다. 이제보니 질투심이 많은 타입이시구나. 한쪽에서는 청순과 섹시를 놓고 멤버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수민은 강력하게 그냥 입술만 바르겠다고 우겼다. 루오는 못내 아쉬워하며 그 뜻을 따랐다. 루오가 손을 들어 매끈한 수민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


“여기에 비비 바르고 볼터치 하면 진짜 예쁠텐데.”


수민이 몸을 뒤로 빼며 웃었다.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


그러면서 수민은 다시 힐끔 명원을 보았다.


-또 저러네.

명원은 아까부터 수민의‘힐끔’이 마음에 걸렸다. 까만 눈동자가 1초도 안되는 시간에 명원을 보고 갔다. 수민이 고른 립스틱을 루오가 발라주겠다고 덤비자 그녀는 난감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지목해 허락했다. 그때도 명원쪽으로 잠깐 시선을 주었다. 루오가 립스틱 뚜껑을 열자 수민은 최대한 몸을 뒤로 빼고 루오에게 닿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루오는 수민을 끌어안듯 바싹 다가섰다. 둘의 입김이 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수민이 다시 힐끔 명원을 봤다. 또다. 명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자꾸 눈치를 보는 기분이지?


-내가 너무 별로였나?


말도 안 하고 신체접촉을 했으니 기분이 나쁠 만도 하다. 그렇지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임기응변이었다. 평상시랑 비슷하게 행동해야 의심을 안 받을테니까. 그래도 사과는 해야 했다. 명원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걸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신체접촉도 그렇고 수민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머릿속을 스쳐 간 첫 문장도 불량했다.


-이 여자, 미쳤네.


명원의 눈에 수민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펑퍼짐한 옷을 벗고 반듯한 어깨에서 가슴, 허리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라인을 드러내자 그것은 변신처럼 느껴졌다. 한 송이의 꽃이 여신이 되고 물 위의 백조가 공주로 변하는 류의 마법 같은 변신 말이다. 신화나 동화책에서 보면 그런 것들은 함부로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꽃이 예쁘다고 꺾으면 여신의 분노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꽃을 꺾어들고야 만다. 정신없이 홀리게 되는 것이 그 사람의 운명이므로.


지금 이 자리에도 홀린 사람이 여럿이다. 그래서 루오가 접근을 막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중이었다.


“다 됐으니까 이제 가도 되지? 저녁은 강원도에 가서 먹고 싶어. 그리고 옷은 나중에 돌려줄게.”


수민은 의자에 긴 다리를 들어 얹고 발목 보호대를 다시 찼다. 팽팽하게 잡아당겨 벨크로에 붙이는 단순한 동작을 하는데 치마가 올라가며 나풀거렸다. 남자들 시선이 동시에 공중으로 향했다. 누구는 흠흠거리며 목을 가다듬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수민은 가방에 입고 왔던 바지와 티셔츠를 접어 넣고 지퍼를 올렸다. 가방이 올때보다 더 빵빵해졌다.


루오가 얼른 가방을 들었다.


“내가 저 밑에까지 같이 갈게. 배웅할겸.”

“그냥 여기서 인사해도 되는데.”

“회사 안에서 무슨 일 벌어지면 대처해야 하잖아. 내가 같이 가야지.”


수민이 이번엔 대놓고 명원을 봤다. 되는지 아닌지 명원에게 허락을 구하는 모양이었다. 명원은 잠시 고민하다 “나도 같이 가”하고 나섰다. 루오가 제대로 인사만 하고 올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배웅에 배웅을 한답시고 회사 밖으로 따라 나설지도 모른다. 외부로 통하는 문 중 지하주차장으로 해서 밖으로 나가는 길이 제일 안전하다. 명원은 머릿속으로 동선을 짜며 먼저 문을 열었다.


아티스트 전용 엘레베이트를 타고 바로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 12인용 엘리베이터는 일정한 속도로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루오는 계속 떠들었다. 언제 강원도에서 돌아올 건지. 핸드폰은 언제 켤 수 있는지. 연락처 적어준 거 잊지말고 꼭 전화하라느니. 그에 비해 수민과 명원은 말이 없었다. 명원은 거울에 비친 그들 셋의 모습을 보았다. 수민은 가발 위에 쓰고 온 캡 모자를 눌러 써서 제대로 보이는 건 붉은 입술뿐이었다. 오늘 새벽에 봤을 땐 옅은 핑크색이었는데. 명원은 손으로 수민의 립스틱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들었다. 다행히 실행에 옮기기 전에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 도착했다.


“형. 나 부탁이 있어.”


갑자기 루오가 몸을 돌리며 명원의 팔을 잡았다. 주차장으로 연결된 유리문을 밀고 나가던 참이었다. 명원이 이마살을 찌푸리며 루오를 보았다. ‘부탁’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말이 루오의 입에서 나올 때는 대부분 ‘들어주기 힘든’이라는 속뜻이 내포되어 있다. 루오의 부탁은 사실상 ‘우기기’다. 명원은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팔짱을 꼈다.


“안돼.”

“혀엉. 들어보지도 않았잖아.”

“그냥 안돼. 이루오. 어제 오늘 네가 깬 규칙들만 한 트럭이야. 그런데 부탁을 하겠다는 말이 나오냐?”

“내가 나를 위한 거면 부탁하지도 않아. 그냥 내가 참으면 되니까. 하지만 이건 남을 위한 거야. 이런 종류의 부탁을 내가 한 적이 있어? 처음이잖아. 그러니까 들어나 봐. 궁금하지도 않아? 형이 아예 안 들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어쩔래?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 그때가서 루오 말이라도 한번 들을 껄 하고 반성하지말고 지금 들어나 보라고.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명원은 ‘뭔 궤변이야’라고 쏘아붙이려다 꾹 누르고 턱을 까딱했다. 해 보라는 뜻이었다. 이걸로 아웅다웅하며 시간 끄는 거 보다 그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루오는 옆에 선 수민을 보더니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리고 수민의 가방을 어꺠에 들러매고 수민의 팔목을 잡았다. 깜짝 놀란 수민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수민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이내 명원을 봤다. 명원이 두 눈으로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니, 저기요. 루오. 루오!이거 놔. 이건 아니잖아. 저기, 사촌!”

“지금 무슨 짓이야?”


수민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루오를 달래는 동안 명원은 이 사이로 으드득 거리는 소리가 날 만큼 짓이긴 말을 내뱉었다. 오직 루오만이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흔들었다. 차 키였다.


“형. 나 수민이, 강원도에 데려다 주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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