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따뜻함을 느끼려면

by Iris K HYUN






밖에 나가서 쌩쌩 부는 찬 바람을 우선 강렬하게 맞는다. 피하지 말고 정통으로.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아 따뜻하구나 한다.

밖의 공기가 차면 찰수록 그 따뜻함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는데 그래서인가 어릴 때 추위에 퍽 강하다고 생각했다. 날이 추워지면 눈이 언제 오나 손꼽아 기다리며 찬 공기가 설레기까지 했다. 생일까지 있으니 그맘땐 별일이 없어도 대략 싱숭생숭 두근두근 신났다. 나의 이십 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년 간 난 겨울을 무서울 정도로 춥게 느꼈다. 비슷한 계절이 반복되는 것일 텐데. 어쩌면 나이 들어서까지 나는 정말 시리도록 추운 겨울을 느껴보지 못했던 것 일수도 있겠다. 중무장을 하고 따뜻한 온돌에만 있으니 그 시린 겨울의 참맛을 온전히 다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낭만적이야 라고 생각했던 눈을 캐나다에서 지겹도록 맞으며 뼛속까지 시리다고 느꼈다. 단지 나이 들어서 그런다고 하기엔 마음이 아주 추웠다. 심지어 그 추위를 피해 간 멕시코는 어찌 된 것이 더 추웠다. 뒤늦게 제대로 느끼는 몇 번의 강렬한 겨울이 지나니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따뜻함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이 어딘가 그 추위를 찾아다녔구나. 하는 느낌.



산티아고를 시작으로 모든 여정에서 내가 찾고 있었던 건 사실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난 그 여정들에서 이전에 살면서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추어 놓았던 나의 가난한 마음을 온통 보았다. 물리적으로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열등한 나의 마음들, 이건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내 눈앞에 거울처럼 드러났다. 내 안을 들여다볼수록 그게 타인을 통해 더 선명하게 보여서 부끄러웠다.



며칠 전 대학 때 친했던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했다. 진짜 순간이지만 목이 탁 막힐 만큼. 그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울컥했다고 하면 이게 적당한 이유가 될까 싶은데. 어제처럼 익숙한 그 따뜻함 그거 내가 너무 그리워하던 그런 거였다.

흔해 빠진 익숙한 반말, 실없는 이야기, 깔깔깔 웃음소리 이런 게 그리웠나 보다. 언제고 사랑이 넘쳐나는 친구인데 그게 어제처럼 다 밀려와 전해지는 것 같았다. 학교 많이 변했는데 또 별로 변한 것 같지도 않은 듯하다며 사진을 보내줬다. 정말 그래 보였다.



요 근래 그렇게 오랜 기억 속 사람들이 어제처럼 연락을 주었는데 별안간 마음이 다 환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들었다.

나 사랑 많이 받고 있었구나.

밖에서 그토록 찾아다닌 게 그게 다 그냥 있었던 거구나.




뭘 그렇게 찾는다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그게 거기 있었더라- 하는 전래동화도 있듯이? 어쩌면 그토록 치열하게 헤맨 여정은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확하게는 그 가치를. 아무리 좋은 것도 그 반대되는 경험이 없다면 그것의 가치를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죽도록 아파봐야 그제야 건강한 내 몸에 감사하고 미치도록 추워봐야 따뜻한 것도 알게 되니 그 강렬한 대비가 크면 클수록 잘 느낄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더 이상 무언가를 찾아 애써 헤매지 않아도 된다면 그 여정은 내게 무얼 알려줄까. 지금껏 싸돌아 다니며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어딜 가더라도 거기서 보는 새로움은 내 안의 마음이었다는 거다. 마치 이 직장에서 요런조런 게 싫어라고 한다면 이직한 곳에서도 희한하게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게 되는 것처럼. 해결이 안 된 짐은 어딜 가도 짐덩이다. 내 마음의 상태가 지옥이면 파라다이스에서도 얼마든지 불구덩이를 본다. 어딜 가도 내 마음을 데리고 간다. 그러니 내 마음이 오늘도 하나의 드라마를 펼친다고 한다면 굳이 무대 탓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뭘 데리고 그 무대에 올라가 있나 그게 더 문제지.




모르긴 모르지만 올해 겨울은 지난 해 보다는 덜 추울 것 같긴 하다. 근육이 쪼금 더 생겼거든. 마음에.




https://youtu.be/e6uWDtSXsdU

쿠바에서 돈을 한바탕 털리고 광장에 쭈그리고 앉아 와이파이 겨우 잡았는데 이 노래가 나왔더랬다.




요번 여정은 엄마의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하려고요. 엄마가 내게 주고 가신 사랑. 매일을 축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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