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Toulouse) 편
+툴루즈에서 만난 눈+
셀린은 프랑스의 유명한 재즈가수이자 시인인 클로드 누가로(Claude Nougaro)의 딸이다. 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한 툴루즈에서 살고 있다. 사실 나는 클로드 누가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아버지의 글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짚으며 그 단어하나 하나를 음미할 때 그걸 가리키는 주름진 손만큼이나 오래된 깊은 마음이 읽혔다.
단순히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아티스트로 얼마나 큰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는지.
클로드 누가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여러 번 결혼했는데 그녀는 그의 첫 번째 딸이다. 딸이 본 아버지는 항상 일과 사람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공사다망했던 아버지가 섭섭할 만도 한데 아버지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에 오히려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항상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은 사람이요.
60년대 초에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와의 일화를 들려줄 때 아이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초록빛 호수 같은 눈의 소녀를 보았다.
++당신의 눈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셀린 누가로 Céline Nougaro에요.
당신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름은 딱히 뜻이 없고 누가로라는 성의 어원을 보면 '현명한 여자'(sage femme)라는 뜻이 있어요.
당신에게 기쁨은 무엇인가요?
기쁨은 기쁨이에요.
그 기쁨의 색은 어떤 건가요?
흰색이요. 아니 색이 없어도 되나요? 빛처럼 투명이요.
당신이 인생에서 '감히' 시도해 본 것이 있나요?
(-공통의 질문 말고 하나 더 한 질문이다. 우연인지 어쩐지 사람들에게 oser*라는 프랑스 단어를 많이 듣고 쓰게 되는데 그녀의 '감히' 목록 중 하나다-) *Oser; 영어에 dare랑 비슷, 감히- 해보다 정도의 뜻
공중파에 나가서 아버지와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거요. 너무 떨렸는데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이십 대 초반의 그 기억은 어찌나 어제처럼 생생하고 세밀한지 뭘 입고 있었고 커튼이 어떻게 열리고 어떤 느낌으로 거기에 있었는지 그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감격해 우셨다고.)
어떻게 감히 해볼 수 있었죠?
무대는 시작되었고 무대에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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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 속 나의 눈
누군가의 순수한 기쁨을 보는 건
정말 큰 기쁨이다.
그 사람의 인생에 의미가 있고 기쁜 일이
세상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내 영혼도 별안간 신나는 느낌이다.
한 영혼의 순수한 기쁨에 동조하는 느낌.
그녀는 그걸 아버지의 인생에서 맛보았다니
얼마나 축복인가.
나는 언제 기쁜 아버지를 보았을까.
그녀의 눈에서 읽을 수 있는 아버지의 삶에 대한 애정
나는 왜 그걸 선뜻 말할 수 없을까.
한참이나 초록 눈을 들여다보다가 생각났다.
우리 아버지는 방송국에서 일하셨다.
방송국은 어린 시절부터 내겐 아주 거대한 공장처럼 보였다.
마법 공장인데 내가 감히 가 닿을 수 없는.
여길 들어가면 이런 무대가 있고 저길 들어가면 저런 무대가 있고.
나는 종종 갔다.
아버지 보러는 아니고 모 프로그램 방청한다고.
한 번은 친구랑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 있었다.
커피를 양손에 들고 재킷과 넥타이를 휘날리며
나를 향해 뛰어오던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확신에 찬 가벼운 발걸음, 나는 그때 아빠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
https://youtu.be/w9Qfq29RQ1M?si=AFLZGV5wOBGQVSze
커버사진: Pont neuf, Toulouse, 20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