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angdao + 6
이번 눈 인터뷰는 나리와 리차드의 집 이야기입니다.
치앙다오는 치앙마이에 머물면서 두 번 들렀는데 그중 한 번이다. 여기서 5일을 있었다. 내가 있는 동안은 손님도 거의 없고 조용했다. 나리는 몸이 불편한 리처드를 대신하여 넓은 집을 관리하고 집의 일부를 손님용 별채로 내어주고 있었다.
그들의 집에 들어서면 병풍처럼 멋진 산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이 집을 위해 그 풍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산의 정상 부분이 화산 분화구처럼 평평하게 깎인 모습이 너무 시원하게 내 앞에 존재해서 좀 비현실적이다. 이 장대한 풍경을 위해 부지는 일부러 여유롭게 비워둔 것처럼 느껴진다. 잔디는 잘 다듬어져 있고 예쁜 꽃들에 나비가 날아다닌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각자 페이스대로 잘 쉬고 있고 한낮의 햇살 아래 모든 색이 진하게 반짝인다.
나리는 태국 사람이고 내가 머무는 동안 엄마처럼 살뜰히 챙겨주었다. 바로 주변에 식당이 없으니 나를 태워서 데려다주거나 필요한 것들을 수시로 챙겼다. 그림, 책, 사진, 소품 등 종종 나눌 거리를 하나씩 가져와 내게 설명해 주기도 했고. 여기저기 서보라고 하며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처음 내가 예약한 방보다 큰 곳으로 옮겨 지내라고 배려해 주었다. 그곳은 두 사람의 공간 바로 옆에 붙은 자녀들이 어릴 때 지냈던 공간이기도 했다. (-이번에 나는 신기하게도 가는 데마다 패밀리룸으로 방이 업그레이드되는 행운을 누렸다-)
리처드는 과거 뉴욕경찰이었다. 여행, 음악도 좋아하고 다양한 관심사로 이곳저곳을 누볐을 젊은 시절이 무색하게 현재는 휠체어에 앉아 있고 많은 시간을 티비를 보고 지낸다. 한쪽 다리의 상당 부분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나리와는 나이차이가 꽤 나서 부녀지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끔 밖에 설치된, 팔로 당기는 운동기구를 쓰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통증이 심해지면 이마저도 오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예전 이야기를 할 때는 아이처럼 즐거워 보였다. 예전에 존레넌이 미국에 왔을 때 그의 열손가락 지문을 받은 역사적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신문 기사를 찾아서 보여줬는데 거기 그의 이름 사인이 있었다.
하루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시간에 그들을 보았다. 눈 인터뷰를 하겠다는 명목이었지만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담고 싶기도 했다. 어찌 만나셨는지 뭐 그런 이야기도 들어보고. 햇살이 너무 좋으니 두 분의 눈에 아주 투명하게 내가 비춰보였다. 두 분은 자식들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셨다. 예전 사진을 보여주시며 추억이 된 그 기억을 오늘처럼 말했다.
서로의 눈 사진을 보여드리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여쭤보았다.
나리는 눈이 아름답다고 했다. 자신의 눈도 타인의 눈도 그녀의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나 보다.
리처드는 됐다고 극구 고사했다.
그럼 난 안 볼 테니까 아이패드에다가 적어서 나리한테만 몰래 보여주라고 했다. 티비를 보는 아빠에게 가서 난데없이 진심을 말해보라며 떼를 쓰는 아이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안 본다고 하고 결국 봤다.
사랑
어떤 모양이든 그게 존재하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건가보다.
어쩌면 그 당연한 것을 단지 멀리서 볼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잘 안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