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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Mar 10. 2024

눈 인터뷰 26

+chiangdao + 나의 눈


집이 없다고

자신이 진정으로 쉴 곳이 없다는 사람의 무의식을 느꼈다.



좋은 호텔을 두고

침낭을 메고

밤새 돌아다니는 사람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고

뼈가 시리도록 추웠다.



그 사람은 이 땅에서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은 사람들과 노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다.




샴발라에서 돌아와서 나는 그 한기가 감당이 되지 않았고

실제로 아팠다.



그 절망적인 서사를 쓰는 사람은 대체 누굴까.





깜깜한 밤에 별을 보며 좀 진정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이름을

사는 건 뭘까 물어봤다.


추워서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몸이 우선 가장 편하고 싶었다.


그럼 왜 그런 거야.

몸이 편한데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 더 싫었던 건가.




이름은 부모님이 내게 주셨지만

그 서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존재하는

내가 갈

그 시간과 공간에

의미를 붙이는 것은 나 자신이다.

심지어 존재했던

시공간마저

현재에서 붙일 수 있다. 그 의미.

우리의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외자인 내 이름 '현'

부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이름을 지었다.

아이리스.

치앙마이 여정을 시작하기 전

그렇게 야심 차게 만들었다.

오랜 필명이었던 세례명은

어딘가 나를 제약하는 느낌이라 쓰기 싫었다.

좋다는 의미는 다 끌어다가 부여했다.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이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아이리스

치앙마이에서 그렇게 종종 불렸다.

어딘가 내 이름 같지 않았다.




발음이 쉽지 않아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다.

'현'

HYUN

HYEON

심지어 어떤 이는 나보다 더 정확한 발음으로 현이라고 불러주었다.

불리기 어렵다고 생각한 게 우스울 정도로 쉽게 들렸다.




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다.

아주 오랜 사람들의 이름을 보다 보니

지금의 나의 이름이 귀하다.

자신의 이름을 열심히 살았던, 살고있는 나의 가족이 애틋하다.

그 모든 조각이 나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니 

사랑이 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내 이름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소리는 없어요. Call me by my name.






치앙다오에는 밤하늘에 별이 참 잘 보입니다.

저거는 무슨 별이다 저거는 뭐다 이야기하다가 생각해 봤어요.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별은 존재하는 걸까 하고요.


찾아내서 이름을 주고 그 존재가 내게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고

그런 거 없다면 그건 존재하는 걸까요.





오늘 내가 마주하는 별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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