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angdao + 4
치앙다오 샴발라 축제에서 만난 눈입니다.
눈 인터뷰인데 눈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앞으로 더러 있겠습니다.
이상한 인터뷰이니까요.
눈을 보긴 했으나 담지 못한 이유도 있을 테고
그 눈이 보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그 자체를 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샴발라 축제에서 '선 SUN스톤'을 샀다.
오늘은 카츠야 님에게 산 선스톤 이야기다.
초저녁이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어슬렁거리고 다니기 딱 좋았다.
이 텐트 저 텐트를 오가며 사람들이 내어 놓은 것을 구경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각자 자신의 재능을 팔고 있었다.
어떤 이는 타로를 봐주고 어떤 이는 마사지를 해준다고 하고
어떤 이는 옷을 팔고, 장신구를 팔고, 그림을 팔고, 도자기를 팔고, 음식을 팔고.
음식 종류도 국가별로 다양해서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물건이 아닌 서비스를 팔 때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말했다.
"주고 싶은 만큼 주세요."
얼마냐고 묻는 내게 너무나 착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적잖이 힘들었다. 주고 싶은 만큼이 얼마만큼인지 잘 모르겠었다.
이 서비스의 가치 그 자체만은 얼마인가? 현지물가를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해야 하나?
너무 열심히 했는데 내가 더 줘야 하나?
엄청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한 번은 물어봤다.
"보통 얼마를 주는 게 맞아요?"
그 사람은 말했다.
"당신 마음이 편한 만큼 주면 돼요."
아. 내가 마음이 편한 만큼이라. 이걸 내가 잘 모르는구나. 더 어려웠다. -.-
그러던 차에 나는 반지와 목걸이가 놓인 자판 앞에 섰다.
여기엔 물건의 가격이 딱 붙어 있었다. 치앙마이를 돌아다니며 내가 본 스톤의 가격보다는 조금 더 비쌌다.
처음 집어서 손에 낀 반지가 맞춘 듯 딱 맞는다.
혹시나 싶어 다른 걸 껴봤다.
다른 건 조금씩 불편한데 얘는 나 놓고 가면 안 돼. 하는 것처럼 딱 맞았다.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이 왔다.
일본인인 그는 내가 고른 그건 선스톤이라고 했다.
주로 문스톤에 끌렸는데 왜 선스톤인가 하고 있는데.. 그는 아주 매우 유쾌하게 말했다.
이번엔 그게 필요한가 보네요. 선 파워에요. 선 파워.
이럴까 저럴까 반지 하나에 생각이 많아진 내게 그 말은 뭔가 청량음료처럼 촤아- 머리를 시원하게 했다.
대화가 재밌어서 막 웃고 있는데 뒤에서 아는 사람이 나타났다. 진짜 별안간이다.
(아직까지 신기하다. 어디 있다고 말도 안 했는데 나를 어찌 찾았는지)
내 팔을 툭 치는데 놀라서 기겁했다.
봤지. 선파워.
와 진짜. 하며 너무도 기가 막혀서 웃었다.
이 반지는 알아서 사람까지 찾아오게 하는? 그런 요상한 파워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 존재감 넘치는 반지를 샀다.
^^
현지가보다? 다소 비싸게 산듯 했지만 이 반지의 스토리는 충분한 값을 한다고 느꼈다.
선스톤을 끼고 신나서
뭘 좀 더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발렌타인데이라고 웨하스 같은 과자를 주셨다. 달달하니 맛있었다.
+ 여담 +
치앙마이에 돌아와서 체력이 급격히 고갈이 된 나는 선스톤을 끼고 나가면 어지러웠다. 그걸 껴서 어지러운 건지 그냥 체력이 달려서 어지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잠시 멀리 두다가 하루는 그 아이가 눈에 띄어서 그걸 끼고 한 카페에 갔다.
그런데 그 카페에 이 분이 계시는 거다!
치앙마이에 카페가 또 얼마나 많은가. 아.
진짜 치앙다오에서만큼이나 기겁했다. 보름이나 지났는데 치앙다오도 아니고 치앙마이에 별로 안 유명한 카페 구석에. 그분은 그때 축제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였는데 나를 기억한다며 이름을 다시 묻고 '현 상'이라고 유쾌하게 불러주었다.
선파워! 맞네.
그날의 반지를 기억하며 함께 웃었다.
Kazuya
이 분의 이름의 뜻은 여쭤보지 않았다.
내게는 선 파워로 기억된다.
달이 나오려는 어두컴컴해지는 시간에 밝고 유쾌하게 뜬 태양? 같은 느낌.
선스톤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사라졌다.